3분기 당기순익 합계 전년 대비 72% 급감브로커리지 타격…IB·채권 실적도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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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5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처참한 수준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브로커리지 실적이 급격히 위축되고, 채권 운용 평가 손실이 두드러진 영향이다. 그나마 실적 버팀목이었던 기업금융(IB) 부문마저 방어에 실패하면서 당기순이익은 반토막났다. 4분기 역시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전망 속에 올해 영업이익 '1조클럽' 달성도 요원해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은 올해 3분기 4532억원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조6126억원) 대비 71.9%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NH투자증권이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 119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지난해(2147억원) 대비 94.4% 감소했다.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당기순익은 1044억원으로, 지난해(3398억원)와 비교해선 69.3% 줄었다. 지난해 3분기(6210억원) 미래에셋증권보다 2배 가까운 순익을 기록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대비 85.43% 급감한 905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삼성증권 실적 역시 지난해(2682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올 3분기 이 회사 순이익은 12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4% 가까이 줄었다. 3분기 KB증권의 당기순이익은 1230억원으로 지난해(1689억원) 대비 27.7% 감소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실적 축포를 터뜨렸던 증권사들의 실적이 부진해진 건 글로벌 금리 인상기조 장기화에 따른 시황 악화로 주식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채권 부문 평가 손실로 인한 실적 타격도 적지 않았다. 

    그간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를 상쇄하며 실적을 방어해온 IB 부문 성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IB 실적은 기업공개(IPO) 위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 감소 등으로 40.1% 줄었고,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IB 수수료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2.6% 급감했다.

    NH투자증권 역시 IB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대비 28% 줄었다. 삼성증권은 시장 악화에 따른 딜 연기로 3분기 IB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4.1%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적 악화에 따라 지난해 줄줄이 기록했던 연간 영업이익 1조클럽 달성도 대거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빅5증권사 중 1조클럽에 이름을 올린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이다. 

    현재로선 이 중 영업이익 1조원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곳은 미래에셋증권 정도다. 이 회사의 3분기 누적영업이익은 7557억원이다. 다만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102억원 정도로, 1조원에 약간 못 미친다.

    이외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절반 가까이 줄면서 1조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자기자본 순위 6위인 메리츠증권이 올해 분기마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1조클럽에 신규 입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회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234억원이다.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970억원으로, 1조클럽 달성이 유력하다.

    4분기까지 실적 한파는 지속될 전망이다. 금리 급등과 강원도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무불이행 후폭풍으로 단기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증권사 위기론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분기보다는 최근 악재가 반영될 4분기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급등에 따른 PF 사업성 우려로 여전히 관련 딜이 전혀 없는 상황이고, DCM 및 M&A 등 채권 발행 및 자문 부문도 수요가 저조해 IB 전체 수수료 수익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4분기에도 브로커리지, IB, 자산관리 등 수수료 수익의 주요 부문은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실적 개선이 요원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발목을 잡는 영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내년부턴 실적 상황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긴축이 끝나가고 있고 이로 인해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올해 내내 이슈였던 채권 평가손실이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부동산 익스포저도 손실을 확정하고 나면 추가 우려가 소멸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