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이달까지 제6대 회장 후보자 공모 유력 후보 부재…현직서 멀어진 전직들 대거 등판업계 선거 관심도 시들…결과 '안갯속'
-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전직' 증권사·자산운용사 수장들의 대결 구도로 굳혔다. 공식 선거일정을 앞두고 차기 협회장직을 향한 회원사 표심 잡기 경쟁은 치열한 모습이다. 다만 후보군 가운데 중량감 있는 유력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그 결과는 안갯속에 빠진 양상이다.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오는 30일까지 제6대 회장 후보자 공모에 나선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서류 면접 심사 절차를 거쳐 2~3명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한 달여의 선거운동 뒤 내달 넷째주께 회원사 임시총회 선거를 통해 차기 회장이 선출될 예정이다.강면욱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재까진 6파전이 예상되지만 사실상 증권사·자산운용사 전직들의 대결이다.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 등 증권사 전직 대표 3명과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등 운용사 대표 출신 2명 등 5명은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혔다.현직을 떠난 지 가장 오래된 인물은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다. 초대 대표이사를 지낸 그는 지난 2018년말 회사를 떠났다. 7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는 지난 2020년 임기가 만료됐다.
증권사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는 지난해 3월까지,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 현직에 있었다.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6월까지 대표를 역임했다.
업계에선 이번 후보들이 대체로 현직을 떠난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난데다가 다소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굵직한 현직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선거 때부터 꾸준히 주요 후보 대상자로 거론됐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도 불출마로 가닥 잡았고, 현직 회장 프리미엄으로 출마 시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나재철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압도적인 후보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눈에 띄는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그만큼 협회장 선출에 대한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년과 달리 운용사 출신 CEO 다수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증권사-운용사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가 평가하는 유력 후보는 전병조 KB증권 대표와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2인이다.
전병조 전 대표는 행정고시 제29회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기획재정부 본부국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8년부터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KB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초대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관료 출신으로서 정부와의 소통 창구가 넓게 열려 있다는 점은 전 전 대표의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된다.
서유석 전 대표는 1988년 하나증권에 입사해 미래에셋증권에서 리테일사업부 대표와 퇴직연금추진부문 대표까지 역임했다. 미래에셋맵스를 거쳐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직에 선임돼 5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협회 회비 분담률에 따른 차등의결권이 기존 60%에서 70%로 늘어나면서 대형 회원사 지지를 받는 인사가 더욱 유리한 구조다. 선거 결과를 쉽사리 예단하지 못하면서도 증권사 출신 후보가 비교적 우위에 있을 것이란 관측이 높은 이유다.
다만 서 대표가 운용사 출신이지만 대체로 대형 증권사 경력을 보유한데다 업계 내 잔뼈가 굵다는 점에서 섣불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운용업계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협회 내 발언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운용사 표가 몰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력했던 후보들이 등판하지 않아 관심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과거엔 선거를 앞두고 어느 정도 윤곽이 보였다면 이번엔 예측이 잘 안 된다. 자연스레 어느 정도 압축되겠지만 중량감 있는 후보가 없어 표가 나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선 차기 협회장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뒀던 회원사들이 실적 악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내년에도 경제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적인 실적 부진, 구조조정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가 온통 위기에 휩싸인 분위기"라면서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유연히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협회를 이끌어갈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