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FOMC 회의록 공개… 내달 '빅스텝' 가능성 시사3월이후 처음 '경기침체' 언급… 외신 "확률 50%로 본 것"대외의존도 큰 韓에 악재… 전문가 "규제개혁 박차 가해야"
  • ▲ 미 연준과 파월 의장.ⓒ연합뉴스
    ▲ 미 연준과 파월 의장.ⓒ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들어 처음으로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미 저성장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 개혁에 박차를 가할 때라고 조언한다.

    연준은 23일(이하 현지시각)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했다. 회의록은 "과반을 상당히 넘는 수의 참석자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의 둔화가 곧 적절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온다. 이르면 다음번 FOMC 회의가 그 시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공개된 회의록은 파월 의장의 회견 내용을 뒷받침한다. 다음 달 연준의 빅스텝(0.5%포인트(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회의록이 공개되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동반 상승했다. 23일(미 동부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5.96p(0.28%) 오른 3만4194.0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3.68p(0.59%) 상승한 4027.26, 나스닥지수는 110.91p(0.99%) 오른 1만1285.32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은 고강도 통화긴축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 연준이 반응한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의록에 따르면 다수의 FOMC 위원은 그동안 공격적으로 단행한 통화긴축 정책의 누적된 효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외신은 이번 회의록에 경기후퇴(recession)라는 단어가 포함된 데 주목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가 내년 중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의 기준선에 가깝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내년 경기침체 확률을 거의 50%로 내다본 것"이라고 보도했다. 회의록에 경기침체가 언급된 것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문제는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2일 "우리는 갈 길이 멀다"며 연준의 최종 도달금리가 5%를 넘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은 지난 9월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인상 전망)에서 내년 미국의 정책금리로 4.6%를 제시했었다. 미국의 탄탄한 고용지표도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여지에 힘을 보탠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0일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펀드매니저 2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앞으로 1년 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예상한다'는 응답이 92%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내년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다. 지난해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14.9%로, 중국(25.3%) 다음으로 높다.

    중국의 내년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세계경제전망에서 내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기존보다 0.2%p 내린 4.4%로 내다봤다. IMF는 중국의 부동산 문제 악화와 코로나19 봉쇄정책 등을 하방요인으로 꼽았다.

    미·중 두 나라에 대한 수출 비중은 전체의 40.2%로 편중돼 있다. 미·중 경기둔화는 한국의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OECD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내년과 후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1.8%와 1.9%로 전망했다. OECD는 수출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반도체 경기 하강, 글로벌 수요 위축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6103억 달러, 수입은 6503억 달러로 누적 무역적자가 400억 달러에 이른다. 사상 최대 무역 적자를 기록했던 1996년(206억 달러)의 2배에 달한다.
  • ▲ 2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열린 제1차 수출전략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 2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열린 제1차 수출전략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부가 관료주의를 버리고 시기적절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챙긴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조업(수출) 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모든 부처의 산업통상자원부화를 언급하며 수출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제조업과 수출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70% 이상이 서비스 산업에 종사한다"며 "서비스업이 부가가치를 많이 생산하고 그런 기업이 제대로 월급 주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청년일자리와 민생이 안정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반도체·이차전지·조선 등 우리 주력 제조업이 정부의 힘으로 육성되는가"라고 반문하며 "어떤 산업을 '정부가 육성한다'는 것은 주체가 정부고 기업은 배경에 있다는 인식이다. 지금은 정부가 기업 활동에 방해되는 걸림돌을 치워주는 정도의 역할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수출 부진은 글로벌 수요부진에서 온다. 정부가 지원한다고 수출이 늘면 어느 정부가 고민을 하겠나"라며 "한국 기업은 외환위기 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이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힘을 축적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특정 산업을 정부가 키우겠다는 산업정책이 아니라 노동·연금·교육·복지 개혁을 통해 각종 규제와 세금을 없애고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