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멘트분야 첫 업무개시명령 발동… 76개 조사팀, 명단·주소 등 확인명령송달 피하면 최후에는 공시 송달 고려… 긴급한 경우 하루 만에도 효력복귀 후 태업 등 가능성도 제기… 업무개시명령에는 추가 제재수단 없어화물연대 "굴하지 않고 투쟁"… 16개 지역서 결의대회·삭발투쟁
  • ▲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대본 회의'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대본 회의'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가운데 복귀 이후 운송 참여 여부도 추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조합원 복귀 이후 태업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물류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업무개시명령의 범주에는 이를 막기 위한 추가적인 제재 방법은 빠져 있다.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업무개시명령을 무효화 하는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선 인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시멘트 분야에 내려진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부연설명했다. 김 실장은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위해 함께 발동된 현장조사권과 관련 "국토부는 화물운송 질서 확립 등을 위해 현장조사를 벌일 권한이 있다"면서 "필요하면 장부·고용 관계 서류 등을 확인하고 질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할 명단, 주소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구성된 76개 조사팀을 꾸려 이날 오후부터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일제 현장조사에 나섰다. 국토부는 먼저 화물운송업체 차원에서 운송거부가 이뤄졌는지, 업체는 운송을 지시했으나 화물차주가 운송을 거부했는지 등을 구분한 뒤 업체 또는 개별차주에게 명령장을 신속히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조사 과정에서 (운송업체 등이) 관련 자료를 숨기거나 하면 과태료 처분이나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현장조사를 거쳐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할 대상자와 연락처를 찾고 우편 등을 통해 업무 복귀를 전달했는데도 (일부러) 피한다면 (최종적으로 관보나 운송사 게시판 공고 등을 통한) 공시 송달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공시 송달과 관련해 "민법상에서처럼 14일이 지난 뒤 효력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행정상 아주 긴급한 경우 하루만 지나도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현장조사를 벌이는 목적 중 하나가 공시 송달을 하기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는 업무복귀 명령을 받은 다음 날 자정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어기면 운행·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김 실장은 업무 복귀와 관련해 "(복귀 이후) 실제 운송업무에 참여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업무 복귀 이후 화물연대 조합원이 태업 등의 방법으로 운송에 차질을 줄 가능성도 제기한다. 운송 중 잦은 휴식이나 고의로 차량을 고장 내 장시간 수리하는 방법 등이 악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업무개시명령에는 이런 경우를 대비한 추가적인 제재수단은 없는 실정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한편 김 실장은 화물연대가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무효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 제기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여러 판례를 참작할 때) 화물연대가 입은 실질적인 피해가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정부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자 이날 오후 제주시 제주항 6부두 앞 도로에서 화물연대 제주지부 관계자들이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정부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자 이날 오후 제주시 제주항 6부두 앞 도로에서 화물연대 제주지부 관계자들이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투쟁을 이어간다는 태도다. 이날 16개 지역에서 동시에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 투쟁에 나섰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생계를 볼모로 목줄을 쥐고, 화물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개인사업자가 자신의 영업을 중단하겠다는데 정부가 일하라고 강요하고 개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고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또한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105호의 강제 근로 폐지 협약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협약 105호는 정치적 입장 표명과 파업 참가에 대한 처벌로 강제 근무를 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비준국이 아니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ILO 회원국은 비준 여부와 무관하게, 회원 자격만으로도 기본협약의 원칙을 존중하고 따를 법적 의무를 부여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