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B·현대·KB, 1%대 초반 검토메리츠 2.5%, 롯데 2.9% 잠정 확정현안 공동대응 균열… 정치권 빌미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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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자동차보험료 인하폭을 두고 보험사들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13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와 롯데손보는 내년 초 자동차보험료를 각각 2.5%, 2.9%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1% 초반대를 염두에 두고 있던 '빅4(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손보사들은 2%대 검토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그간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등 업계 현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던 암묵적 룰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자칫 정치권에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하 압박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지난 9일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진행된 원내대책회의에서 메리츠화재와 롯데손보를 칭찬하며 빅4 손보사들의 동참을 촉구했다.성 의장은 "손보업계 5위권인 메리츠화재가 자동차보험료 최대 2.5%, 롯데손보는 2.9%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며 "당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요청에 공감하고 국민 고통 분담에 동참해 준 손보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하지만 빅4 손보사들은 당장 내년부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2%대 인하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자동차보험에서 흑자가 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차량 운행이 줄었기 때문인데,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서 차량 운행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 중이라는 설명이다.실제로 올해 10월까지 빅4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79%로 적정 손해율(78~80%)을 기록했으나, 10월 한 달간 손해율은 삼성화재 84%, DB손보 85%, 현대해상 82.7%, KB손보 84.5%로 4개사 모두 80%대를 넘겼다.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정비요율 협상 결과에 따라 내년 손해율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부담이다. 지난해 4.5% 인상에 합의한 바 있지만 올해는 손해율 개선 및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정비업계가 7~8%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율과 관련해 손보사들 간 입장차가 생긴 가장 큰 이유로 시장의 쏠림 현상을 지목한다. 빅4 손보사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보험은 이제 더 이상 업계의 공동 현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올해 9월 말 기준 자동차보험 총 원수보험료는 15조 6012억원이며, 삼성화재가 4조 4508억원(28.5%)으로 시장 점유율 1위다. 그 다음으로 DB손보 3조 3294억원(21.3%), 현대해상 3조 3055억원(21.2%), KB손보 2조 984억원(13.5%) 순이다. 빅4 손보사가 점유율 약 84.5%를 차지하고 있다.반면, 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는 6400억원(4.1%)으로 상위 4개사에 비교해 격차가 상당하다. 업계 10위인 롯데손보는 1069억원으로 점유율이 고작 0.7%에 불과하다. 같은 보험료 인하율을 적용해도 원수보험료 규모가 큰 상위 4개사가 타사보다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업계는 생보업계와 달리 업계 현안에 대해서는 공동 대응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 자동차보험료 인하율 논란을 계기로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