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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중개사 낀 깜깜이 전세사기…안당할 재간있나

'빌라왕·빌라신' 국민적 공분…공인중개사 책임론 커져매물확인의무 소홀 책임…수수료 단순 매물소개비 아냐범행 적극 가담도…법정단체화 전 반성·자정노력이 먼저

입력 2023-01-10 10:04 | 수정 2023-01-10 10:04
6명의 왕과 1명의 신이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속칭 '빌라왕'과 '건축왕', '빌라의 신'으로 불리는 악질 전세사기범들이 그 주인공이다. 당초 두세건에 그친 줄 알았던 전세사기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자 피해규모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가장 먼저 수면위로 드러난 '빌라왕' 김모씨는 무자본 갭투자로 빌라 1139채를 보유한 채 사망해 334억원 규모 보증금 미반환사고를 냈다. '빌라의 신'으로 불리는 권모씨와 공범 3명은 수도권 일대에 무려 3400여채를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는 20명, 피해금액은 43억7000만원에 이른다.

전세사기는 여러 사기유형중 가장 '악질'로 꼽힌다. 한 개인이나 가정의 삶을 뿌리채 뒤흔들고 재기조차 어려운 상태에 빠지게 한다. 더욱이 확정일자와 보증보험 등 나름의 안전장치를 모두 갖춰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이번에 밝혀진 전세사기 피의자중 김모씨와 정모씨, '20대 빌라왕' 송모씨 등은 이미 사망해 피해자들은 원망의 대상조차 사라져버렸다. 

전세사기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확산되면서 공인중개사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제25조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매물의 상태·입지·권리관계·거래제한사항 등을 확인한뒤 이를 중개의뢰인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물론 공인중개사라고 해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행해지는 전세사기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일단 자신이 소개한 매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해당 중개사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매물을 중개하며 적잖은 수수료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개수수료는 단순한 '매물소개비'가 아니다. 중개의뢰인이 중개사를 믿고 지불하는 일종의 '책임비'다. 

심지어 공인중개사가 아예 전세사기의 '머리'가 되거나 '공모자'로 가담하기도 한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전세사기사건 경우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들이 명의를 빌려주거나 문제가 되는 매물을 중개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

개업공인중개사가 각자 본인이 소유한 주택을 교환중개하면서 매매시세를 부풀린뒤 깡통전세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을 탈취한 사건도 수면위로 드러났다.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 범행에 적극 가담할 경우 중개의뢰인 입장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전세사기중에서도 가장 악질인 유형이다. 

이처럼 전세사기에 대한 책임이 적지 않음에도 중개업계는 반성과 사과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업계 최대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협회 법정단체화를 골자로 하는 '공인중개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통과돼야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정단체화를 통해 협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무자격 중개사의 단속·통제가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순서가 잘못됐다. 

법정단체화 요구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반성과 자정노력, 재발방지대책 제시가 먼저다. 이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장기적으로 법정단체화를 추진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신뢰회복이 선행되지 않는 '눈가리고 아웅'식 법정단체화 주장은 중개업계에 대한 여론만 악화시킬 뿐이다. 

전세사기 관련 공인중개사에 대한 책임·처벌을 강화하는 정책지원도 필요하다. 특히 전세사기에 적극 가담한 공인중개사는 손해배상·자격정지 등으로 가중처벌해야 또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박정환 기자 pjh85@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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