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 따른 수율 불안정 이어져2021년 출범 후 총 464회 채용 실시 불구 인력난 여전석-박사급 연구-설계 1천여명, 학사급 공정 인력 1800명 등 매년 3천명 부족 시장 급성장 속 'LG VS SK 충돌' 후 국내 업계 내 이직 사실상 불허 원인 지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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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K온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프로젝트'가 불발된 한 원인으로 SK온의 '인력 부족'이 거론되고 있다.앞서 SK온은 지난해 3월 포드, 튀르키예 제조기업 코치와 합작법인 설립 추진 업무협약(MOU)을 맺고 총 3~4조원 규모의 공동 투자로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울 계획이었다. 2025년부터 30~4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해 유럽의 전기 버스-트럭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였다. 포드의 새로운 협력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유력하다.프로젝트 불발에 대해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점도 있지만, SK온의 인력 부족도 한 요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장 일할 인원도 모자라 기존 공장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해외 사업 확장은 무리였다는 것.실제 SK온은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을 주로 뽑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채용 10건 중 9건이 경력직 채용이다. 또 지난 2021년 정식 출범 후 진행한 총 464회 채용 중 경력직 294회, 신입-경력 82회, 신입이 74회였다. 경력직 채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인력난은 수율 저하로까지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SK온 배터리 신규공장의 평균 수율은 90% 미만이다. 통상 공장 수율이 90%가 넘어야 생산이 안정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의 수율은 90~95% 수준이다.낮은 수율은 SK온이 지난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한 이유로도 지적된다.이처럼 SK온이 인력난에 허덕이는 이유는 최근 3년 새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한국전지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배터리 업계 전체 부족 인력은 석-박사급 연구-설계 인력 1013명, 학사급 공정 인력 1810명 등이다. 매년 3000명 정도 부족한 셈이다.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2020년 30조원 규모에서 향후 2026년까지 166조원 시장으로 큰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인력 확보가 관건이다.게다가 국내 배터리 기업 간 이직도 사실상 막힌 상태다.지난 2019년 '인력 유출' 문제로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현 SK온)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소송전에서 결국 양사가 상호 이직을 비공식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이직 금지 룰에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국내 배터리 업계 내에선 이직이 불가한 상태라 전자, 기계, 화학 등 업종이 아예 다른 분야에서 많이 넘어오는 추세"라고 했다.SK온은 차선책으로 젊은 유망주 발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지난 1월 KAIST와 산학협력 교육 프로그램인 'SKBEP' 개설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SKBEP는 석사, 박사 과정 동안 KAIST에서 배터리 연구 관련 소정의 커리큘럼을 이수하고, 학위 취득과 동시에 SK온 취업이 보장되는 프로그램이다. SK온은 선발된 학생들에게 등록금 및 별도의 개인 장학금을 지급한다.지난해 성균관대와도 배터리 계약학과 프로그램 개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석사 과정 2년 동안 배터리 관련 연구를 진행하게 되는 방식이다. 한양대, 연세대와는 차세대 배터리 연구를 위해 협력한다. 각각 산학협력센터를 설립, 차세대 배터리 혁신 기술을 공동 연구한다.사내 교육 플랫폼인 'SK온 아카데미'(SKONA)도 오픈했다. 입문부터 전문가 수준까지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해 구성원들이 업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을 최대한 빨리 익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한편, SK온은 한국과 미국, 헝가리 등 국내외에서 배터리 생산공장 8개를 가동하면서 연간 88.7GWh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현재 건설 중인 5개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 이후 생산 규모는 220GWh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중국 CATL은 지난 2019년 한국에서 대규모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며 “다수 외국 기업들이 한국 배터리 인재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이에 따라 "국내외 기업 간 인재 쟁탈전이 심화하는 만큼, SK온이 인력난을 얼마나 빨리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