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價 연초대비 56% 하락… “유럽 이상 고온 탓”한전 32조 영업손실에 전기료 인상 불가피 할 듯환경규제 강화에 건설경기 둔화까지… 수익성 회복 불투명
  • ▲ 경기도 고양시의 한 시멘트 공장 전경.ⓒ연합뉴스
    ▲ 경기도 고양시의 한 시멘트 공장 전경.ⓒ연합뉴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유연탄 가격이 최근 들어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시멘트사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 정부 환경규제, 건설경기 둔화 우려 등 대내외 경영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연초 1t당 397.3달러(호주산 뉴캐슬 6000㎉/t 기준)였던 유연탄 가격은 24일 기준 톤(t)당 173.89달러까지 내려갔다. 연초대비 56.2%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유럽의 이상고온으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유럽의 기온이 따뜻하다 보니 에너지를 비교적 덜 만들고 있어, 전기 원료인 유연탄 사용 빈도가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멘트업계는 유연탄값만 따지면 부담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전기료 인상과 정부의 환경규제, 건설경기 둔화 등에 따라 올해 업황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시멘트사들은 시멘트 생산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두 배 넘게 치솟으면서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매출이 늘었음에도 원자잿값 고공행진 여파를 견디지 못한 까닭이다.

    회사별로 보면 성신양회가 전년 대비 97.6% 줄어든 영업이익 292억원을 달성해 수익성 둔화폭이 가장 컸다. 이어 쌍용C&E, 아세아시멘트. 한일시멘트 등도 각각 영업익이 11.2%, 8.4%, 2%씩 줄어들었다. 

    삼표시멘트는 유일하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늘었지만 본업보다는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익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삼표시멘트는 “유연탄, 유류 등의 원재료 가격상승에 따른 시멘트 단가인상과 소송 승소등 일시 수익 증가로 전기 대비 이익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료 인상에 따른 부담 가중은 시멘트 업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전기료는 시멘트 생산단가의 25%~30%를 차지, 유연탄 다음으로 매출원가 비중이 높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가 32조60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올해 전기료 인상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세 차례 전기요금을 올린데 이어 올해 1분기 킬로와트시(㎾h)당 13.1원을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멘트업계는 약 750억원의 원가부담을 떠안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김두만 쌍용C&E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실적 발표 당시 “올해 정부방침에 따라 전기료는 4번에 걸쳐 50% 인상 계획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 방침대로 전기료가 인상이 된다면 (시멘트)가격인상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가격 인상을 해야만 되는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설비 투자 비용 증가와 공장 가동 중지 등도 수익성 둔화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멘트업계는 환경개선을 위해 최근 3~4년간 순환자원에 사별로 10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으로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환경오염시설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시멘트제조업이 환경오염시설허가 대상에 추가됐다. 이에 따라 시멘트사들은 7월 1일부터 4년간의 유예기간내 소성로에서의 오염물질 배출량 최소화를 위한 추가 설비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친환경 설비 투자가 생산시설 곳곳에서 이뤄지면 공장도 멈춰설 수 밖에 없다. 3월 성수기를 앞두고 수급난으로 인한 수익성 둔화가 우려된다. 

    건설경기 둔화도 시멘트업계의 올해 경영환경을 낙담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고금리와 경기둔화 우려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건설사들도 올해 전망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1월 63.7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0.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C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원재료 가격 상승분의 제품 가격 반영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기료 인상과 설비 투자 지출 증가 등에 따라 (가격 인상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내외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 올해 수익성 회복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