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조선 '호조'자동차·석유화학·이차전지 '혼조'건설 '부진'민간 소비 부진-대외 불확실성 여전 → 제한적 성장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하반기 한국 경제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반도체 수출 증가가 전체 경제 성장을 견인하겠지만 민간 소비 회복세는 더딜 것이라는 관측이다. 산업별로는 ‘반도체·전자전기’와 ‘조선’ 은 ‘호조’, ‘건설’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10여 년 만에 호실적이 기대된다. 

    20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이승석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24년 경제성장률은 2.4%가 될 것”이라면서 “반도체 수출 증가가 성장률 회복의 핵심 요인이 되겠으나 민간 소비는 미약한 회복세를 보여 우리 경제의 추가 상승 여력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경원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3월 ‘경제동향과 전망:2024년 1분기 보고서’에서 발표한 2.0%보다 0.4%포인트(p) 상향된 수치다. 당시 한경원은 성장률 조정 이유로 글로벌 경기 개선에 따른 수출실적 호전을 들며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가 전체 수출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내수의 경우 고환율·고물가 흐름이 완화하고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구체화될 때까지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경제 여건 부실화와 정책적 지원 여력 약화 탓에 신속한 내수 회복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 연구원도 향후 성장률과 관련해 ▲민간 부채 연체율 급증 ▲중국경제의 더딘 회복 ▲국지적 분쟁 확대 등 불확실성 요인이 산재해있어 성장률이 2.4%보다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및 전자전기’·‘조선’ 산업은 호조,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이차전지’ 산업은 혼조, ‘건설’ 산업은 부진으로 예상했다. 
  • ▲ ⓒ한국경제연구원
    ▲ ⓒ한국경제연구원
    우선 반도체와 전자·전기의 경우 하반기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에 힘입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의 발달에 따른 글로벌 IT 경기 회복으로 한국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주, 디스플레이 패널과 고체 상태 드라이브(SSD)의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26.3%), 디스플레이(+3.4%), 정보통신기기(+12.5%)는 전부 하반기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조선산업의 경우 10여 년 만에 호실적이 기대된다. 원자재인 후판 가격 인상으로 신조선가주가 상승함에 따라 고가 수주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질적이었던 인력 부족 문제가 외국인 노동자 투입으로 해소되기 시작한 점도 업황 전망의 긍정적 요인이다. 아울러 최근 미국 해군의 유지·보수·정비(MRO) 초과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한국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자동차·자동차부품 산업은 ▲공급망 불안정 ▲세일즈 방식 전환(소규모·온라인) ▲첨단기술과의 융합(커넥티드카·자율주행) ▲전기차 전환 등으로 시장의 변동 요인이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탈탄소 추세에 따라 중장기적 저탄소·무탄소 차량의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나, 지역별로 전기차 전환 속도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여 여전히 내연기관이 중추적인 동력원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차전지는 전기차·도심항공교통(UAM)·선박 등 다양한 수요 발생으로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큰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과에 밀려 성장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의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은 23.1%, 중국의 점유율은 66.8%로 나타났다. 그나마 미국·유럽의 대중(對中)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 기회요인이다.  

    석유화학·석유제품은 중장기적으로 호조세를 보이겠지만, 하반기에는 초과공급으로 부진했던 업황의 완만한 개선이 전망된다. 석유화학은 중국의 수요침체와 설비 확장이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이었던 만큼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성과가 향후 업종실적 회복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에서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원유 증류 장치(CDU)와 윤활기유 공정주 증설이 완료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시장에서 초과공급 물량을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 인도 시장은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의 중장기적인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경우 하반기에 극적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누적된 고금리·고물가의 여파로 전반적인 건설경기가 침체하면서 개별 사업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의 수요 부진에 따라 지역별 양극화가 격화되는 점이 핵심적인 위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해외 건설 수주는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량업체 중심의 시장재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동력의 약화로 2%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동력 확보로 저성장을 탈피하고 중성장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