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배터리, 글로벌 점유율 상승세… 韓 대조적"저가형 'LFP 배터리' 전략… 삼원계 배터리도 위태""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 10년 이상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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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터리 굴기가 한국 배터리 산업 미래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내수 위주였던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해외 시장 지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그동안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시장을 선도해 왔지만, 이마저 중국에 밀릴 위기다. 여기에 각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에 불확실성은 한층 더 고조되는 형국이다.국내 1세대 배터리 전문가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본보와 만나 “국내 배터리사들이 현 위기를 돌파할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중국, 비중국 시장에서 K-배터리를 바짝 추격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 성장이 주효했다. 중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및 ESS(에너지저장시스템)용도의 LFP 배터리 모두 크고 있다. 특히 ESS의 경우, 테슬라는 차세대 메가팩(산업용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은 전부 다 LFP 배터리를 쓰겠다고 선언했다.몇 년 새 중국 배터리는 엄청난 발전을 거뒀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과 BYD는 CTP(셀 투 팩)과 CTC(셀 투 섀시)라는 팩기술을 만들어, LFP 배터리의 주행거리를 400km까지 늘였다. 그러면서 LFP에 대한 이미지가 높아졌다.2020년 초중반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 효과에 세계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처음 가동했을 때, 대부분 LG에너지솔루션의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후 CATL의 LFP 배터리로 대체, 이 비중을 80%까지 늘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떨어지고, CATL은 치고 올라갔다.▲CATL를 제외한 나머지 중국 배터리사들의 해외 시장 장악력 여전히 부족탑티어급을 보면, 한국은 3개 기업이 전부인데 중국은 최소 8개다. CALB, EVE에너지, 궈시안(GUOXUAN) 등 다수 중국 업체는 올해 자국 내 보조금 제도가 일몰되자 본격적으로 해외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이들 모두 LFP-삼원계 배터리를 같이 키우고 있다. 궈시안의 경우 폭스바겐과 손잡고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게다가 중국 배터리 전기차도 세계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BYD는 동남아 시장부터 점차 장악력을 높이고 있고, 니오(NIO), 샤오펑(Xpeng)도 유럽에서 나름의 어필을 잘하고 있다. 복합적 위기가 몰려오고 있는 실정이다.▲한국은 삼원계 배터리를 주도하고 있지 않나?이제는 삼원계 배터리도 밀릴 수 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세계시장에 삼원계 배터리도 같이 어필하고 있다. 실제 벤츠, BMW 등 CATL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많다. 중국산 삼원계 배터리가 한국산을 대체할 수준이 됐다는 게 무서운 거다.중국의 삼원계 배터리는 이제 시작이다. 지금까지 LFP 배터리 중심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삼원계 배터리에서도 경쟁구도를 조성할 것이다.▲탈중국 법안이라 불리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IRA와 CRMA의 본질은 탈중국이 아니라, 자국 국익 중심이다. 자국 제조업 성장과 고용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배터리-전기차 산업 육성 차원에서 유럽도 IRA에 맞대응하겠다는 취지로 CRMA를 내놓은 것이다. 미국 시장에선 배터리 점유율 1위 일본 파나소닉과 테슬라가 있어, 향후 중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은 유럽 시장에서 이뤄질 것이다. 한중 양국이 이미 유럽 시장에서 높은 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국내 업계에선 차세대 전지로 전고체 배터리가 떠오르고 있다아직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은 없다. 그나마 가장 진전돼 있는 기술은 일본 토요타가 가지고 있다. 요즘 삼성SDI가 먼저 그 길을 가보겠다고 하는데, 새로운 게 보이지 않는다. 화재가 안 난다고 하지만, 탑재해봐야 안다. 성공할지에 대해선 물음표다.▲차세대 전지는 무엇인가?리튬이온 배터리가 10년 이상은 갈 것이다. 대체재인 나트륨이온 배터리(SIB)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를 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삼원계와 LCO(리튬-코발트-산화물)에 갇혀있다. 아직까진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길만한 혁신성이 없다. 무엇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 약점을 극복한 상태에서 에너지 밀도를 높인 기술이 아직 안 보인다.▲K-배터리의 미래는?한동안 몰락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5-10년 사이에 재건을 걱정해야 할 때가 도래할 수 있다. 2025년 정도에 중간점검에 들어가 봐야 한다. 아직까지 초격차라고 말할만한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최근 양회에서 배터리 산업이 한때의 붐으로 끝나는 게 아닌지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겸손하지 못하다.■박철완 교수 프로필(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현)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 산업 전환분과 민간위원, (현)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기업 전환 전문위원회 위원장, (전)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전문위원, 차세대전지 성장동력 사업단 기술 총괄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