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 인상률 1.5% 제안… 노조 10% 인상 맞서사실상 업계 인상률 기준… 작년 대비 급감에 경쟁사 직원들도 실망'올해도 불황 지속'… 배터리, 자동차, 외국계로 떠나는 이직도 활발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직원들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직원들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올해 1.5%에 불과한 연봉인상률을 제시하자 경쟁사들은 물론이고 반도체업계 전반에서 우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연봉인상률 척도로 불리는 삼성이 사실상 동결 기조를 내비치면서 반도체업계 종사자들도 업황 악화로 인한 보릿고개를 실감하는 분위기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1.5%의 기본 인상률(base-up)을 제시한 것이 알려지며 경쟁사는 물론이고 업계 전반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삼성전자 직원들도 아닌 경쟁사나 장비, 소재업체 등이 실망감을 나타낸데는 이유가 있다. 삼성의 인상률이 경쟁사는 물론이고 업계 전반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매해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연봉인상률을 감안해 비슷한 수준으로 연봉인상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시기적으로도 SK하이닉스 연봉협상 전에 삼성전자가 협상을 마치는 경우가 많아 참고하게 된다. 삼성도 SK하이닉스의 연봉협상 결과를 추후 반영해 성과급이나 복지 등에 반영하기도 한다.

    사실상 동결 수준으로 볼 수 있는 임금인상률이 제시되면서 반도체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올해 연봉 인상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노조 측에선 사측이 제시한 인상률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10% 수준의 인상률을 요구했는데 이런 상황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한자릿수 초반대에서 최종 인상률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올해 이 정도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는 데는 그만큼 반도체 업황이 되살아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삼성의 연봉 인상률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외국계 장비사나 소재업체 종사자들은 연봉 인상률로 올해 삼성의 사업 전망이나 방향성을 가늠하고 시장 분위기를 해석하는 척도로 보기도 한다.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인상률을 나타냈던만큼 올해 직원들의 실망감도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기본인상률 5%에 성과 인상률 4%를 더해 총 9%의 인상률이 적용돼 풍성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 몇 해 동안 반도체 시장 호황에다 인력부족으로 삼성과 SK가 경쟁적으로 성과보수를 높이면서 반도체업계 종사자들이 고연봉자라는 인식이 강해졌지만, 올해는 연봉을 이유로 업계를 떠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업황이 고꾸라진데 비해 배터리나 자동차, 에너지 분야는 여전히 고연봉을 받는 분야다. 외국계 반도체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연봉인상률을 낮추지 않는 분위기라 이쪽으로 이직을 시도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