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에 승부수개발·양산 인력 스카우트 열 올려하이닉스 출신 1순위… HBM3 개발 주역 이미 이직기술유출 우려 고개
  • ▲ 마이크론 클린룸에 근무하는 직원들 모습 ⓒ마이크론
    ▲ 마이크론 클린룸에 근무하는 직원들 모습 ⓒ마이크론
    메모리 시장 만년 3등이었던 마이크론이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입 대상의 1순위는 HBM 1위 SK하이닉스 출신. 책임급에게 수억대 연봉을 제시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반도체업계 HR 담당자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SK하이닉스 출신 HBM 개발·양산 전문가들을 영입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대상은 전현직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박사급 개발진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론에는 SK하이닉스에서 HBM을 담당했던 인물들이 꽤나 자리를 잡고 있다. 과거 SK하이닉스 HBM의 역전을 이끌었던 4세대 HBM(HBM3) 개발을 맡았던 주역 일부가 마이크론으로 적을 옮겼고 일부는 AI(인공지능) 관련 글로벌 IT 기업으로 가기도 했다.

    마이크론은 임원급이 아닌 직원들에게도 억대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10년차 이하 직급자에게도 HBM 업무 경력만 있다면 20만 달러(약 2억 70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약속하며 이직을 강하게 권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과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하던 때와는 다르게 HBM 분야에선 특히 더 야욕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한다. 이미 수십년 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메모리 시장 대부분을 내주고 만년 3위에 그쳤던 마이크론이 HBM에서 이례적으로 기술 선점 대열에 동참하면서 인재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이 HBM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메모리업계에서 가장 빨리 실적발표에 나선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4분기(6~8월)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해당 기간 동안 마이크론은 77억 5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3% 성장했다.

    마이크론은 실적 성장의 핵심 배경으로 다름 아닌 HBM을 꼽았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에서 "강력한 AI 수요가 서버용 D램과 HBM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밝히면서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 자사 HBM 생산물량이 모두 완판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직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한자릿수로 높지 않지만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 공급을 삼성보다 앞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중국업체들이 레거시 D램 시장에서 물량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3위 마이크론의 지위가 위태롭다는 사실도 간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론의 이 같은 HBM 인재 영입은 앞으로 더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HBM 주문이 밀려드면서 가뜩이나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입장에선 마이크론의 지속적인 인력 빼가기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한국이 사실상 점령을 끝낸 HBM 기술이 유출될 위험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직 과정에서 HBM 핵심 기술에 대해 얼만큼 알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면서도 유출 가능성이 있고 스스로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기밀을 누설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돼 보안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