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 속 이 회장 주도 쇄신 기대25일 추모식 후 사장단 오찬 예정"이 회장이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때"취임 2주년은 조용히 넘어갈 듯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위기를 인정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쇄신을 위한 방향성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에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나온다. 반면 취임 2주년은 조용히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 등 삼성 일가는 오는 25일 이건희 선대회장의 4주기 기일에 경기도 수원 이목동에 위치한 선영에서 추모식을 열 계획이다. 가족들 외에도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등 사장단들도 추모식에 참석한다.

    추모식 이후 오찬에서 이 회장이 경영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 회장과 사장단은 경기도 용인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할 예정인데 여기서 최근 삼성이 직접 인정한 반도체 사업 위기 관련 이 회장의 방향성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3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업계와 시장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는 반도체 사업 위기설에 대해서 사실상 인정하며 사과하는 메시지를 이례적으로 냈다. 반도체(DS)사업을 맡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는 사과로 시작하는 입장문을 공개하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고 위기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쇄신을 예고했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쇄신작업에 방아쇠를 당기면서 실질적으로는 반도체 사업 뿐만 아니라 전체 사업부문에 칼 끝을 들이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주력 사업이자 실적 효자인 반도체 사업의 위기가 최근 표면화 됐다면 가전이나 모바일 등 나머지 사업 등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나온지는 오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삼성의 총체적 위기가 옛 미래전략실(미전실) 같은 컨트롤타워 역할이 부족한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7년 미전실이 해체된 이후 사업영역별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확실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라 한계가 크다는 목소리다.

    컨트롤타워를 재건하기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결국 핵심 사업인 반도체에서마저 위기를 실감하면서 삼성의 새로운 리더십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 회장이 이번에 내놓을 경영 메시지에 삼성 내부는 물론이고 업계와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회장도 이번 반도체 위기에 대해서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필리핀·싱가포르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 회장의 굳은 표정에서 이 같은 의중이 엿보였다. 이 회장은 이날 자리에서 반도체 위기 돌파 방안이나 연말 인사 규모 등에 대한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자리를 떠났다.

    다만 오는 27일 이 회장의 취임 2주년은 조용히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취임 당시에도 별다른 취임식을 진행하지 않고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만 전달하며 조용한 취임을 했다. 1주년에도 별도 행사와 메시지 전달 없이 예정된 재판에 출석하는 등의 행보를 이었다.

    다음달 1일 삼성전자 창립 55주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사내 행사를 간소하게 진행할 것으로는 알려졌으나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