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IRA 보조금 제외… 앨라배마 조립 GV70 中배터리 걸림돌추 부총리, 현지서 업계 우려 전달했지만 '먹통'… 적용유예 등 조처 없어전문가 "美 IRA-전기차 보급대책 '상충'… 피해 불가피·EU시장 공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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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모두 배제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 현지에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만나 IRA에 대한 우리 기업의 우려를 전달했지만, 먹히지 않았다.전문가는 미국의 IRA와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이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단기간 피해가 불가피하며 대안으로 유럽시장 등에 대한 공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미 바이든 행정부는 17일(이하 현지시각) IRA 세부 지침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 16개(하위모델 포함 22개)를 발표했다. 쉐보레 볼트·블레이저·이쿼녹스·실버라도, 테슬라 모델3·모델Y,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PHEV, 포드 F-150 라이트닝 등이 대상이다. 이들 모델은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일본, 독일 등의 브랜드도 포함되지 못했다.IRA 조항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지난달 말 공개된 세부지침에는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를 각각 지급한다고 까다로운 조건을 달았다.앞선 13일 추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 워싱턴D.C에서 옐런 장관과 면담했다. 추 부총리는 "IRA·반도체법 관련 실행지침에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우리 업계의 우려가 잔존하고 있다"고 업계 의견을 전달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올해의 경우 적용 유예나 예외 등의 추가 후속 조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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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미국의 전기차 관련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배터리 부품 등의 사용조건을 까다롭게 했지만, 이런 조처가 이날 함께 발표한 미국 전기차 보급 확산 대책과 대립한다는 것이다.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도자료를 통해 민간·공공 부문 전기차 보급 확대 대책을 내놨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신규 판매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을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이번 추가 대책에는 차량공유서비스 우버와 집카, 미 폐배터리 재활용업체인 레드우드머티리얼즈 등이 참여했다. 우버는 소속 운전자의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그린 퓨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전기차 주행을 4억 마일(6억437만㎞)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집카는 소속 전기차의 25%를 지역 내 소외계층에 할당하겠다고 했다.레드우드는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2030년까지 500만 대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목표다. 충전시설과 관련해선 월마트와 손잡고 2030년까지 전국의 월마트와 샘스클럽에 충전시설을 설치하고, 지역별 거점 기업들과 충전시설 투자를 진행한다는 구상이다.산업연구원 김수동 연구위원은 "IRA 보조금과 전기차 보급 확산 대책은 병행하기 쉽지 않다"면서 "미국의 정책 의도가 전기차를 확대하겠다는 건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핵심광물 등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고려할 때 미국 내 업체들도 IRA 보조금 지원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3~4년쯤 지나면 (지급요건에) 어떻게든 맞출 순 있겠으나 (그동안 애꿎은) 동맹국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을 겨냥했다면) 정교한 타격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올해 배터리 요건이 강화되면서 북미에 공장을 운영 중인 일본 닛산을 비롯해 일부 미국산 전기차도 지원 대상 명단에서 빠졌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의 전기차 관련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측면이 없잖다고 지적했다.김 연구위원은 앞으로 우리 정부의 기업의 접근 방향에 대해 "단기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현대차 등) 기업들이 IRA 기준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첨단산업 분야의 미국 내 투자"라면서 "까다로워진 미국 시장 외 유럽, 동남아 시장 등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의 미국 내 투자 등을 조건으로 반대급부를 얻으면서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