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사업 단독 '1조' 수익 달성…삼성전자 넘고 美 월풀과 격차 확대2Q 이후에도 "수요 회복 어렵다"...양극화된 수요 '투트랙 공략'80조 수주잔고 기반 VS사업 성장세...전기차 시장서 새 기회 창출
  • LG전자가 지난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세계 1등 가전회사로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가전과 TV 등의 수요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기업간 거래(B2B) 판매를 확대하고 프리미엄과 보급형 제품으로 양극화된 시장을 제대로 공략한 결과 역대 1분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는데 성공했다.

    27일 LG전자는 올 1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가전(H&A)사업은 올 1분기 역대 최대 성과를 달성했고 영업이익률도 두자릿수를 기록했다"며 "여전히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 등 주요 국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기 힘든 상황이지만 프리미엄 판매 확대와 새롭게 형성된 볼륨존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LG전자가 밝힌 H&A사업의 지난 1분기 실적은 역대 1분기 기준으로 최대치였다. 매출은 8조 217억 원, 영업이익은 1조 188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고 특히 영업이익은 단일 사업본부 기준 사상 처음으로 분기 기준 1조 원 벽을 넘겨 눈길을 끌었다.

    가전에서만 1조 원 넘는 이익을 내면서 LG전자 전사 기준 영업이익이 14년만에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넘어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가 심화되면서 전사 기준으로 6000억 원대 이익을 내는데 그쳐 LG전자 전사 기준 영업이익인 1조 4974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을 넘어선 데다 글로벌 가전업계에서도 확고한 실적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가전회사인 월풀을 제치고 가전업계 1위로 올라섰다. 올해도 이미 1분기부터 가전사업에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1위 가전사 자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LG전자가 가전사업으로 호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소비심리는 살아날 기미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LG전자도 팬데믹 이후 불어닥친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가전과 TV 사업에서 수요 침체를 겪고 있다고 밝혔고 이런 상황은 당분간 회복하기 힘들다는 점에 공감했다.

    LG전자는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세계 경제 둔화 속에 지난해 냉장고와 세탁기 수요가 3.4% 감소했고 지난해 4분기엔 10%가 줄었다"며 "최근엔 미국을 시작으로 금융불안이 이어지면서 소비 위축이 심화돼 당분간 수요 진작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엔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가처분 소득이 개선되기까진 오랜기간 걸리고 수요 회복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라고 쉽지 않은 가전시장의 현실을 전했다.

    다만 이런 시장 상황에서 수요단의 변화 또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요를 이어가는 동시에 수요가 집중되는 이른바 '볼륨존' 제품군도 형성돼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사업 전략을 꾸렸다.

    LG전자는 "새로 형성된 볼륨존에 따른 수요 양극화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보급형과 ODM 모델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프리미엄 제품군의 시장 입지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B2B 가전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것도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LG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거둔 비결 중 하나로 꼽혔다. 특히 유럽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에너지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히트펌프와 ESS 등 고효율·친환경 제품 매출이 대폭 늘어났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차량용 전장(VS)사업도 지난해 말 기준 80조 원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LG전자가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VS사업본부는 지난 1분기 매출 2조 3865억 원, 영업이익 540억 원을 기록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역대 1분기 실적 중 최대치를 달성했다.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이제는 수익 창출의 중심에 자리잡은 VS사업은 앞으로 전기차 시장으로 전환되는 수요에 맞춰 한 단계 더 성장이 기대된다.

    LG전자는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전기차 수주잔고 비중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기차 시장에서 자사의 강점인 전자, 통신 분야에서의 기술 차별점을 활용해서 고부가 혁신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