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무보수 명예회장직 수행키로장남 승계 전망… NB라텍스 증설 투자 등 사상 최대 실적으로 능력 입증석유화학산업 약세 속 '신사업 육성',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해결 과제도
  •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금호석유화학그룹 제공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금호석유화학그룹 제공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이에 따라 금호가(家)의 2세 경영도 막을 내리며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현 회장직을 내려놓고 무보수 명예회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박 회장은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회장의 4남으로 1976년 금호석유화학(옛 한국합성고무)에 입사해 회사를 글로벌 석유화학 및 소재 기업으로 키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금호석유화학은 의료용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분야에서 세계 1위(30%)다.

    박 회장의 용퇴를 두고 대법원 판결이 결정타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회장은 2018년 12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취업제한 대상이 됐다.

    집행유예 기간인 이듬해 3월 금호석화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고, 이후 취업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2심에서는 박 회장이 승소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다. 박 회장이 최근 소를 취하하면서 1심 판결이 확정돼 2025년 말까지 취업이 제한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법무부와의 소송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박 회장이) 앞으로 회사나 업계에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 역할을 다 할 것”고 말했다. 

    박 회장이 물러나면서 그의 장남인 박준경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을 전망이다. 

    박 사장은 2007년 금호타이어로 입사, 2010년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1년 6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1년 반 만에 사장이 됐다. 지난해 7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사내 이사로도 선임됐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의 경영능력을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다. 박 사장은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한 이후 경영 수업을 통해 승계 스토리를 쌓아온 인물로 통한다. 실제 해외영업팀 부장과 수지해외영업 상무, 수지영업담당 전무 등을 거치며 주요 사업을 두루 경험했다. 

    금호석유화학의 효자 사업으로 떠오른 NB라텍스 생산 확대도 그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NB라텍스는 의료용 고무장갑의 원료로 사용되는 소재로,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매출은 늘었지만, '반짝 효과' 우려로 생산능력 확대에 소극적이었다.

    그럼에도 박 사장은 2560억원 규모의 생산설비 증설을 추진했다. 그 결과 금호석화 2021년 연간 영업이익은 224.3% 늘어난 2조4068억원을 기록,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냈다. 

    현재 가장 큰 과제는 신사업 육성이다. 높은 석유화학부문 비중을 점차 줄여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춰야 한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화학 시황 약세 속에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302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급감했다. LG화학과 한화솔루션 등 경쟁사들이 각각 배터리소재와 태양광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면서 견조한 실적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박 사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 속에 합성고무부문은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높은 하중을 견뎌야 하는 전기차용 타이어 제품, 합성수지부문은 차체 경량화에 기여하는 고강도 합성수지 제품, CNT(탄소나노튜브)사업부는 이차전지 소재로써의 CNT제품에서 각각 연구개발활동에 박차를 가하며 미래 성장 가능성을 키워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