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합병에 100% 걸었다” 강한 의지 확인현시점 합병 포기, 득보다 실 커…합병 필요성↑기업결합 자문사 비용만 1000억원…전력 총동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기업결합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분위기를 다잡고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의 꿈을 이뤄낸다는 포부다.8일 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총회를 계기로 가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이든 간에 반드시 해낼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완주 의지를 밝혔다.그는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다”며 “기본적으로 미국·EU·일본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좋은 해결책이 있다고 믿으며,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합병 성공을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조 회장의 이번 발언은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합병 반대 기류가 포착된 가운데 나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EU·일본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특정 시간대 공항에 이·착륙할 권리)을 대폭 양보하더라도 합병을 성공시키겠다는 절실함의 표현으로 해석된다.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현재 중국·호주·영국 등 11개국에서 승인을 받았고, 미국·EU·일본 3개국 경쟁당국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영국의 독과점 해소 방안 요구에 따라 7개 슬롯을 내주었으며 중국에서도 베이징·상하이·창사·톈진 등의 노선에서 일부 슬롯을 반납해 승인을 얻은 바 있다.미국과 EU 경쟁당국의 압박에 따라 부정적 기류가 커진 만큼 해당 노선의 슬롯이 상당수 반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회장이 ‘포기’란 단어를 언급한 것도 운수권 및 슬롯의 추가 반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 17일 보고서에서 ”양사 합병 시 한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간 4개 노선에서 여객과 화물 운송 시장에서 가격 상승과 서비스 질 하락이 우려된다”고 밝혔다.이번 보고서는 일종의 중간심사 결과다. EU는 대한항공이 새롭게 제시한 시정조치 방안 등을 고려해 오는 8월 3일까지 다시 양사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여부를 결정해 통보하기로 했다.이튿날에는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미 법무부가 양사의 합병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뉴욕, 호놀룰루 등 5개 노선에서 경쟁을 해친다고 판단해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하기도 했다.미국과 EU 노선에서는 앞서 영국과 중국보다 대한항공이 포기할 슬롯이 더 많을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양사가 유럽·호주·미주 노선 운항 편수인 주 183회(2019년 기준) 중 69회를 반납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실제 통합 대한항공의 한국~뉴욕 노선 점유율은 100%, 로스앤젤레스 99.7%, 시애틀 99.4%, 호놀루루 78.3%, 샌프란시스코 79.4% 등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 EU가 우려를 밝힌 바르셀로나(100%), 로마(87.2%), 프랑크푸르트(86.4%), 런던(79.8%), 파리(75.5%) 노선도 경쟁사가 최대 한 개다.조 회장은 미국과 EU의 부정적 기류에 대해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슬롯 반납으로 통합 대한항공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합병을 포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양사 기업결합이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기업결합을 포기하는 것은 안 될 일로, 대한항공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출혈을 감내하더라도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조 회장의 강한 의지는 핵심경쟁력은 지키는 선에서 경쟁당국을 설득해내겠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한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자문사 비용으로 10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은 상황이다.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상설 운영하며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