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숙 집회 당시 교통 불편 민원 2배 증가경찰, 집회 금지...민노총,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법원 "집회 때문이라고 단정 못 해" 민노총 손 들어줘경찰, "시민 불편 고려하지 않은 판단"
  • ▲ 5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노숙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1박2일 상경집회를 열고 최근 분신해 사망한 건설노조 소속 간부 고 양회동 씨와 관련해 노조 탄압 중단과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정부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뉴시스
    ▲ 5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노숙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1박2일 상경집회를 열고 최근 분신해 사망한 건설노조 소속 간부 고 양회동 씨와 관련해 노조 탄압 중단과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정부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뉴시스
    서울 도심에서 노동계 등의 릴레이 집회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극심한 교통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교통 장애를 집회 때문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7일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주노총이 노숙 집회를 벌인 지난 5월 16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3시간 동안 접수된 교통불편 민원은 107건에 달했다.

    노숙 집회를 전후해 동일 시간대에 접수된 교통 불편 민원이 하루 평균 51.8건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평상시 불편 신고 접수 추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노숙 집회 전인 14일과 15일 퇴근시간대에 접수된 서울권내 교통 불편 민원은 각각 56건, 37건으로 집계됐다. 노숙 집회가 끝난 17일과 18일 퇴근시간대에 접수된 교통 불편 민원도 각각 61건, 53건에 그쳤다.

    최근 3년 간 서울권내 하루 평균 퇴근시간대 교통 불편 민원 접수 건수를 살펴봐도 민주노총 노숙 집회 당일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서울권내 퇴근시간대 교통 불편 민원은 하루 평균 55.5건이었고 2021년에는 53.8건, 2020년은 51.1건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집회로 인한 민원 신고가 폭증하자 경찰은 민주노총이 지난달 초 예고한 집회에 앞서 '퇴근시간대 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집시법에 따라 관할 경찰서장은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제한할 수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서울행정법원에 경찰 금지 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집회가 퇴근시간대 이뤄진다고 해서 집회 인근 장소에 막대한 교통 소통의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민주노총의 손을 들어줬다.

    교통 장애가 단순히 집회로 인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곧바로 항고했지만 서울고등법원 역시 같은 취지로 항고를 기각했다. 경찰은 교통량 조사 자료, 차량 통행 속도 보고서 등을 추가로 제출하며 퇴근시간 집회 제한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집회 기회를 상실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전 의원은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 없다"며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큰 불편과 고통을 야기하는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적극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공공질서 확립 태스크포스(TF)'는 민주노총 노숙집회를 계기로 출·퇴근 시간대 도로 점거 시위를 제한하는 등의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이용방해 및 주요도로 점거 ▲확성기 등으로 인한 소음 ▲심야 새벽 집회 ▲주거지역 및 학교 인근 집회 등에 따른 피해 방지를 위해 관계 법령과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