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가 신용등급 하락 이어 은행권도 경고등고금리 기조 속 중국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져 기업 실적 호조에 상승하던 글로벌 증시 '제동'
  • ▲ ⓒ뉴시스
    ▲ ⓒ뉴시스
    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강세를 이어가던 글로벌 증시가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감이 확산하면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인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미국 은행들의 대거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이어지고,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7일(현지시각) 피너클 파이낸셜 파트너스, 프로스페리티은행, M&T뱅크, BOK 파이낸셜 등 미국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또한 무디스는 US뱅코프, BNY멜론은행, 스테이트 스트리트,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등 대형 은행의 등급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미국 은행들은 금리 및 자산 부채 관리(ALM) 리스크에 지속적으로 직면하고 있다"면서 "통화정책 축소로 시스템 전반의 예금이 고갈되고 금리 상승이 고정금리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며 유동성과 자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은행의 2분기 실적은 은행들의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2024년 초 미국에 경미한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CRE) 포트폴리오가 특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주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데 이어 나온 소식이다. 앞서 지난 1일 피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31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이유로 신용등급을 종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건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세계 전역에서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육박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은 앞다툰 금리인상과 코로나19 지원금 확대가 맞물린 영향이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스 바더는 "공공 부문 부채는 최근 매우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며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공공 부채가 장기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데다 내수 부진까지 더해 수입 감소 폭은 더 가파른 모습이다. 

    지난 8일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7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5% 감소하며 월간 수출 증가율로는 2020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락 정도가 코로나19 발생 초기 수준에 맞먹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7월 수출 전망치(-12.5%)도 하회한다.

    7월 수입 증가율은 전망치(-5.0%)에도 한참 하회하는 -12.4%로 집계됐다. 중국의 월간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10월(-0.7%) 이후 줄곧 마이너스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최근 글로벌 증시도 주춤하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0.7%, S&P지수는 2.0%, 나스닥지수는 3.2% 하락했다.

    항셍지수는 지난 8일 전일 대비 1.81% 내린 1만9184.17로 폐장했다. 같은 기간 항셍은 4.6% 하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마찬가지다. 코스피는 지난 2일부터 지난 8일까지 5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이면서 3.5%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5%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이은 은행 신용등급 강등과 더불어 올해 하반기 증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가 없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지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수록 경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올 상반기 동안 증시가 상승세를 탄 만큼 높아진 주가 밸류에이션도 부담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을 낙관하고 있으나 경기 모멘텀은 둔화될 것"이라며 "중국과 유럽의 회복은 아직 멀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에 증시는 금리 인상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상승했지만 이번에는 인상 종료 이전부터 이미 증시가 상승했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은 커지고 물가는 반등하는데 실적 개선은 어려워 보이지만 기대는 높아져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