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거점 '국내·美' 양대 축 부상… 숙련 인력 부족 확산국내, '특성화 대학' 통해 육성 나섰지만… 처우 경쟁 가속美 '메이드인 USA' 외쳤지만… TSMC 공장 지연 문제 시끌삼성전자, 경쟁 덜한 텍사스 자리 잡았지만… 고민 여전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반도체와 배터리가 국가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산업이라지만 업계는 여전히 인재 확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기술로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오른 삼성, SK, LG 등의 기업들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인력난이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와 해외 양쪽에서 생산, 연구·개발(R&D)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들 사이에서 인력난을 넘어선 인재전쟁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다른 산업 대비 전문 기술과 높은 숙련도가 필수인 첨단산업 특성 상 인재 확보 문제는 최우선 순위에 둘 수 밖에 없다. 미리 인재를 육성하고 선점하는데 투자하지 않으면 적기에 인력을 투입할 수 없고 빠르게 돌아가는 업계와 생산 현장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결국 제조 핵심은 '국내'...인재확보 사활 건 기업들

    우선 국내에선 저출생으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며 제조 현장부터 R&D 분야까지 인력 부족 현상이 만연한 상황이다. 미국 등 해외 주요 거점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지만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모두 결국은 국내에서 핵심적인 사업 전략과 R&D, 생산이 이뤄지고 있어 국내 인력 부족 문제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에 투입할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을 선정해 지원에 나섰다. 서울대, 성균관대, 경북대, 부산대 등 8개 대학을 '반도체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했고 특성화 대학원도 운영한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에서만 오는 2027년까지 1500명 이상의 석·박사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들은 이미 자구책을 마련해 가동에 나선지 오래다.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신입사원 초봉을 지속 인상하고 복지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등 저연차 직원들 마음부터 사로잡기 위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이들 기업의 신입사원 초봉은 50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반기에 한번은 연봉의 20%를 보너스로 받고 업황에 따라 연말엔 상여금으로 최대 연봉의 절반을 받는다. 최근엔 반도체 시장이 다운턴을 맞았지만 기업들이 나서서 '격려금' 혹은 '특별 보너스'라는 명목으로 성과급을 챙겨주는 분위기까지 형성됐을 정도로 인재 모시기에 진심이라는 평가다.
  • ▲ TSMC 미국 애리조나 신공장 건설 전경 ⓒTSMC
    ▲ TSMC 미국 애리조나 신공장 건설 전경 ⓒTSMC
    ◇ 생산공장 적극 유치한 美...예상보다 심각한 인력난에 진출 기업들 '한숨'

    반도체, 배터리 최대 시장이자 중요 생산 거점이기도 한 미국에서의 인력난 문제도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자국에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시설을 유치하고 나서면서 우리 기업들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거점을 마련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열악한 인력 상황 탓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에서도 특히 인력난 문제가 불거진 곳은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자리잡은 애리조나 지역이다. 인텔은 이미 이 지역에서 40여년 넘게 제조업을 이어오며 지역 경제를 뒷받침해왔다고 할 수 있을정도로 자리를 잡은 기업이지만 여기에 새로 둥지를 트는 대만 기업인 TSMC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신규 공장 가동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TSMC는 내년 가동을 계획했던 애리조나 신공장을 내후년인 오는 2025년 가동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애리조나에서 첨단 반도체 공정을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대만 본사에서 파견온 인력을 통해서나 간신히 장비 셋업과 초기 양산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서도 미국 내에 반도체 관련 인력이 오는 2030년까지 6만7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 정부가 야심차게 '메이드인 USA' 반도체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당장 인력 부족 문제로 초반부터 발목을 잡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이 자리잡은 미국 텍사스주는 상대적으로 인력난이 덜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코트라에 따르면 텍사스 지역은 폭발적인 인구 성장과 양질의 교육환경 덕에 반도체 관련 인력을 구하기에 훨씬 유리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텍사스주의 주도이자 삼성의 첫번째 미국 반도체 생산공장이 있는 오스틴 지역엔 다수의 명문대와 연구기관이 위치해 인재 확보에 용이하다는 평가도 있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삼성 역시 미국 내 부족한 반도체 관련 인력 문제를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준공이 한창이 현재부터 향후 현지 인력 조달과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화를 넘어서 완전 무인화된 생산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과 시스템 구축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이 최근 각광받는 제조 효율화 기술인 '디지털트윈'과 이를 적용한 반도체 공장인 '오토너머스 팹' 관련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꾸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