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새 AI칩 설계결함… 최소 3개월 출신 지연삼성 HBM 쓰는 AMD에도 주문 몰려… 반사이익 기대엔비디아 HBM3E 공급 시간 벌어… 8~9월 승인 전망파운드리·최첨단 패키징 '턴키 서비스' 빛 발해
  • ▲ 엔비디아 H200 제품 이미지 ⓒ엔비디아
    ▲ 엔비디아 H200 제품 이미지 ⓒ엔비디아
    한 때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인텔이 고꾸라진 상황에서 AI 최강자 엔비디아 마저 제품 결함 이슈가 불거지면서 삼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이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던 파운드리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에서 반전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 중 최고급 라인인 'GB200' 시제품에서 설계 결함이 발견되면서 해당 제품의 납품이 3개월 이상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초 올 3분기~4분기 중에는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의 빅테크 기업들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사태로 AI 가속기 공급대란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신제품 출시에 제동이 걸리면서 AI 가속기 시장 2위인 AMD가 대안처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빅테크들이 엔비디아의 단독 공급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AMD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AI 가속기 구매 계약을 맺는 분위기도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엔비디아 일색이던 AI 가속기 시장에서 AMD가 틈새 공략에 성공하게 되면 AMD에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도 함께 빛을 볼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는 AMD에 4세대 HBM인 HBM3를 공급하고 있고 조만간 HBM3E 공급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동안 삼성이 SK하이닉스와 달리 엔비디아에 HBM 핵심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HBM 사업 성장에 최대 걸림돌로 거론됐다. 엔비디아가 시장의 92%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보니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HBM을 공급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던 현실이다.

    삼성이 5세대 HBM인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시리즈에는 HBM3E 8개가 탑재되는데 이번에 설계 문제가 발생한 GB200도 동일하게 HBM3E 8개가 들어가고 여기에 CPU(중앙처리장치)까지 합쳐진 이 시리즈 최상위 모델이다. 해당 모델의 공급 시점이 밀린만큼 삼성이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더 진척시킬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이번에 GB200 설계 이슈가 불거지기 전에도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현재 진행 중인 엔비디아 HBM3E 퀄테스트를 조만간 마무리하고 양산 단계에 진입할 것이란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던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내부적으로 양산 직전 단계인 PRA(양산준비승인) 절차를 마친 바 있어 엔비디아와의 계약도 임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 ▲ 삼성전자 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전자 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엔비디아와 함께 수십년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인텔이 고꾸라진 것도 삼성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텔은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16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줬다. 본업인 CPU 경쟁력도 약화된데다 AI 시장 진입이 늦어지며 IT시장에서 더이상 예전같지 않은 인텔의 지위를 이번 실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인텔은 최근 몇 년동안도 삼성과 반도체 매출 왕좌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해왔던 곳이다. 매 분기 양사의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어디가 더 앞서는지를 두고 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대목이지만 이번에 인텔이 완전히 고꾸라진 실적을 공개하면서 올해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를 맞은 삼성이 인텔을 완전히 따돌릴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 야심차게 재진출을 선언했던 인텔이 3년 넘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삼성이 2인자 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TSMC와 투톱으로 활약할 기회는 더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인텔은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오는 2030년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시장 2위에 올라서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본업 경쟁력까지 상실한 인텔이 막대한 설비투자와 선제적인 생산능력(CAPA) 확보가 필수인 파운드리 사업을 지탱할 여력이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수십조 원의 수익을 내 투자 규모가 큰 파운드리 사업을 지원할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경쟁에 유리하다.

    다만 미국 정부가 유일한 자국 파운드리 기업인 인텔을 어느 수준까지 지원할 것인지에 따라 기사회생할 수도 있다. 특히 파운드리 시장 1위이자 AI 시대를 맞아 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대만 TSMC를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가 인텔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