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 투명 공시'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내달부터 앞당겨 시행노동계, 야당과 손잡고 '노란봉투법' 개정 추진… 국회 앞 시위 등 예고노정 갈등 악화일로… 政, 야당 입법 강행 시 '尹 거부권 카드' 검토
  • ▲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8월 임시국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8월 임시국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둘러싼 노·정 간 대립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정부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인 노조 회계 공시 의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조는 이에 반대하면서 노조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일명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을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회계 공시의 실현과 노란봉투법의 입법 반대에 대해 모두 확고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정부의 이런 강경한 노동개혁 의지에 맞서 노조도 다수의 시위를 예고하는 등 반발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강대강 대치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용노동부는 19일 국무회의에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포함한 3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그동안 정부가 예고해 왔던 노조 회계 공시에 대한 내용이 법안으로 확정됐다.

    개정안에 따라 노조는 다음 달 1일부터 11월30일까지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에 지난해 회계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만 올 10~12월 납부할 조합비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속 노조와 산하조직, 상급단체 등이 모두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단 1000인 미만 단위 노조와 산하조직은 공시하지 않아도 상급단체가 모두 공시하면 혜택을 준다.

    애초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회계 공시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3개월 빠른 다음 달 1일로 시행 시점을 앞당겼다. 이를 위해 세액공제에 대한 내용을 명시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5~11일 재입법 예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시기를 앞당겼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장마·태풍 등으로 소강상태를 보였던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분위기도 이에 일조한다.

    국무회의에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의 핵심은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해 노조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합원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노조가 스스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상위 법률인 노조법에서 위임한 바 없는 사항에 대해 시행령을 통해 의무를 신설한 것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공시 여부에 따라 세액공제를 배제하는 것 자체가 조세평등주의 원칙에 대한 위반이라는 견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달 5일 입장문을 내고 "직장인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다급하게 시행령 시행시기를 앞당긴 건 노동자들의 불만을 증폭시켜 노조와 상급단체를 옥죄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런 결과를 만든 배경에는 노조 스스로의 여러 비리가 작용했다는 태도다. 노조에서 일어난 갖가지 부적절 사건으로 인해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비판과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노조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사용자에게 노조 전용 자동차 10여 대와 현금 수억 원 등 부조리한 운영비를 받은 노조가 적발됐다. 근로시간면제(근면) 제도와 관련해서는 면제 한도를 초과해 운영하는 곳이 480개소 중 63개소(13.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22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8월 임시국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22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8월 임시국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노조는 노란봉투법의 입법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회계 공시 의무화에 맞서 노란봉투법만은 야당과 힘을 합쳐 강행한다는 태도다. 앞서 노란봉투법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9인과 정의당 의원 1인의 표를 받아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국민의힘 의원 6인은 반발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불법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해 자칫 '파업만능주의'를 부를 수 있다며 반대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과 쟁의범위 확대 등을 통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노조법 2조),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등을 제한하는(노조법 3조)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정기국회에서의 노란봉투법 처리를 앞두고 총력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자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 본청에서 노란봉투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20일에는 한국노총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의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밖에 양대노총의 각 지역본부 차원에서도 시위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의 개정을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카드 사용도 검토하는 상태다. 노조 역시 이를 경계한다. 민주노총은 이달 초 천막농성에서 "윤 대통령은 노조법 2·3조가 국회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했다"며 "최선을 다해 노조법 개정안이 공포되도록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