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채권금리 급등세개미 대거 사들인 미국 장기채 ETF 줄줄이 손실물타기보단 관망…변동성 낮은 단기채·달러 추천
-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당초 시장의 전망보다 미국 기준금리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리인하를 기대하며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 적극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은 떨어지는 수익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섣불리 '물타기'에 나서기보단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적은 단기채를 비롯해 또다른 안전자산인 달러 투자를 추천한다.26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미국 장기채에 2배로 베팅하는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23%를 기록했다.미국 장기물에 투자하는 다른 ETF 상품들의 수익률도 처참하다.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과 'TIGER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은 3개월간 17%, 'KODEX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와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11% 하락했다.이 종목들은 금리 인하를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인 상품이다.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미국 장기채 ETF 5종목을 4228억원어치 순매수했다.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 1859억원, KODEX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1526억원, TIGER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 419억원, ACE미국30년국채레버리지(합성 H) 363억원 등 적극적으로 장기채 투자에 나섰다.해외 상장된 미국 장기채 ETF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장기 국채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20+이어 트레저리 불3X 셰어스'(티커 TMF)는 3개월 새 39% 가까이 하락했다. 해당 종목은 서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으로, 올해 들어 약 9억달러(약 1조2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고 장기채 가격이 현재 저점에 가깝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 심리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그러나 최근 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시장 예상보다 오래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연준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지만 내년 말 금리 전망을 연 5.1%로 종전보다 50bp 높였다. 그만큼 금리를 더 높고 더 오래 유지하겠다는 의미다.'채권왕'으로 불리는 전설적 투자자 빌 그로스는 연준이 내년 금리 인하에 나선다고 해도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4% 아래로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면서 채권 투자 손실이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25일(현지시각)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533%까지 올라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찍은 뒤 전장 대비 10bp 오른 4.542%를 기록했다. 연준 금리 전망을 적극 반영하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bp 상승한 5.131%를, 30년물 금리는 13bp 뛴 4.656%를 기록했다.이르면 내년 초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장기채 ETF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대형사 한 PB는 "현 시점에서 미 장기채 투자에 적극적으로 물을 타야할지 고민하는 문의가 적지 않다"면서 "일단 당분간 관망하기를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선 금리 인하 가능성이 멀어진 현재 시점에선 채권 투자 시 장기채 대비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기가 짧은 단기채에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금리가 빨리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지금은 장기채 ETF를 사기에 좋은 때라고 보기 어렵다"며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이 장기물에 비해 적은 단기물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PB는 "높은 수준의 금리가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채는 호흡을 길게 투자하길 추천한다. 상당히 지루한 기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면 단기채 비중을 줄이고 장기채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 상황에서 달러 관련 투자 자산들은 상승 지지를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달러는 연준 긴축 장기화 전망에 힘입어 달러화 가치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화 지수는 106.10으로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HSBC홀딩스는 지금처럼 리스크 오프 분위기 속에서는 달러가 유일하게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만약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상회, 안착한다면 골디락스 기대는 무산되고 경제 불황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재차 부각될 것"이라며 "이 경우 현금(달러)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