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친정체제 강화시 내분 격화, 정국 혼란 부채질巨野, 노란봉투법 강행처리 등 국정 발목잡기 심화하나… 혁신 법안 올스톱 우려저성장·고금리 경제여건 최악… 전문가들 "지속가능 경제발전 위해 개혁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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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구속 문턱에서 빠져나왔다. 제1야당 대표의 구속이라는 기로에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분은 더 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국정 과제 전반에 대한 발목잡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여당이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특혜와 쌍방울 대북송금, 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26일 오전 10시7분쯤부터 오후 7시24분쯤까지 총 9시간17분 동안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검찰은 이 대표 연루 사건을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후진적 정경유착' 등으로 규정하고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반면 이 대표 측 변호인단은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구속기소) 씨와 김성태(구속기소)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의 유착관계를 전면 부인하며 제1야당 대표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유 부장판사가 혐의와 관련해 궁금증을 표하면 직접 보충 설명하고 검찰 주장에 근거를 제시하라며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영장심사를 마친 뒤 검은색 승합차를 타고 법원에서 16㎞쯤 떨어진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피의자 대기실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이 대표는 영장 발부가 기각되면서 기사회생했다.유 부장판사는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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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정국은 안갯속으로 더 빠져들 전망이다. 당무에 복귀하는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손상된 리더십 복원을 위해 당 장악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3선의 홍익표 의원은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 이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그런 힘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낙연 전 대표를 지원했던 홍 신임 원내대표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는 "당 대표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는 단결된 힘으로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선언하는 등 친명 색채를 분명히 했다. 이 대표 친정체제가 굳어지면서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계 갈등은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 대신 '체포동의안 가결파' 배척을 택한다면 이른바 '공천 학살'로까지 이어지며 최악의 경우 분당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민주당이 분위기 반전과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이면 정기국회에서 소위 국정 발목잡기는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야(巨野)인 민주당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 특히 '파업조장법'으로 불리는 노란봉투법의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민주당이 '보복 입법'하듯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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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여건이 녹록잖은 상황에서 주요 경제·민생 법안 처리와 관련해 민주당의 국정 발목잡기가 극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지난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의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15.5% 줄어들었다.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은 아직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콜롬비아를 제외한 37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50.2%)와 에스토니아(-19.4%), 리투아니아(-16.4%)에 이어 네 번째로 컸다.수입은 OECD 회원국 중 감소 폭이 최고였다. 한국의 7월 수입은 1년 전보다 25.4% 줄었다. 수입이 20% 이상 줄어든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2위 핀란드(-17.9%), 3위 일본(-17.4%)과의 격차도 7%포인트(p) 이상 났다. 수출입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반기 들어 경제가 나아질 거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도 더딘 수출 회복세와 치솟는 국제유가에 점차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지난 20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해 고금리·통화긴축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연준이 예상한 내년 말 기준금리는 5.1%로, 이는 앞선 6월 전망치 4.6%보다 0.5%p 높은 수준이다. 금리 인하가 훨씬 더 느린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설상가상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OECD는 지난 19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한국의 성장률은 1.5%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20일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를 내려잡진 않았으나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1.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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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정부·여당이 극심한 정국 혼란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면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반드시) 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추진할 정치적 리더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방향이나 청사진을 제시해 본 적이 없다"고 쓴소리했다. 이 교수는 "수출이 어려우니 소비, 내수를 진작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해집단이 얽혀 있어 (녹록잖다)"면서 "구조적인 문제, 규제를 풀어야 한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여러 규제에 묶여 경제성이 떨어지는 데 누가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했다.경제학 박사인 이성구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이사장도 "정부·여당은 중대재해법 등 문재인 정부가 망가뜨린 시장의 악법을 개혁하고 고치는 데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문재인 시즌 2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이사장은 "특히 부동산 개혁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교육·노동개혁과 달리 잘만 하면 반년 만에도 (개선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 바뀐 게 없다"면서 "(왜곡된 것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지표가 혼란스럽게 바뀔 수 있는데 괜히 손댔다가 그런 쪽으로 (지표가) 움직이면 욕을 먹을까 봐 가만히 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 경제의 기반을 굳건히 할 때인데 (총대를 메고) 개혁할 용기 있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구조적인 문제가 중요하다"면서 "지금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는 (일본과 달리) 고령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어 근본적인 혁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생각보다 빠른 내리막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전 의원은 "(정부가) 구조개혁을 얘기한다. 당장 반도체 혁신 클러스터나 새로운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로드맵 등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정말로) 우리 젊은이들이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럴 수 있게 (여건·정책 등을)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사진을 보여주는 데 급급하지 말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정책에 대한) 접근성과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