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공장에 美산 장비 반입 규제 사실상 무기한 유예내년까지 업황 회복 어려운 낸드부터 업그레이드…삼성 시안공장, 200단대로 전환 추진SK하이닉스가 인수한 솔리다임 공장도 숨통…공장 재정비 후 치킨게임 속도
  •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생산에 최대 리스크로 꼽혔던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가 사실상 무기한 유예되면서 우선적으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한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에 업그레이드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말까지도 업황 회복이 불투명한 낸드에 첨단 공정을 도입해야만 치킨게임으로 치달은 낸드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전망이다.

    1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미국 수출관리 규정에 따른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해 앞으로 별도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과 SK가 한동안 중단했던 중국 내 공장 업그레이드를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선적으로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는 분야는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3차원(3D) 낸드 128단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의 40%를 맡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2년 전 인텔 낸드사업부(현 솔리다임)를 인수하면서 중국 다롄에 낸드 생산공장도 함께 얻게 됐다.

    삼성은 시안 공장의 128단 낸드 생산을 200단대로 높이는 작업을 추진한다. 200단 이상 3D 낸드는 현재 낸드업계 톱티어들이 앞다퉈 기술 경쟁을 벌이는 분야로, 특히 중국 낸드업체인 YMTC가 세계 최초 200단대 낸드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위기감이 높은 상황이다.

    더구나 메모리 시장 다운턴이 이어지는 가운데 D램보다 낸드가 더 극심한 수요 감소로 불황을 벗어날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어 낸드 분야에서 첨단 공정을 적용한 제품의 선제적인 출시가 시급하다. 삼성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이번 미국산 장비 수출 유예 조치에 대비해 중국 공장에서 우선적으로 낸드 라인 정비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다롄 공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까지 알려진 바는 없다. 하지만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거의 솔리다임 인수와 동시에 미국의 규제를 받은 탓에 다롄 공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그 사이 솔리다임이 주력으로 삼는 기업용 SSD 시장 수요가 빠르게 위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으로 생산라인 활용 전략을 세우고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 무기한 유예 방침이 확정되면서 삼성과 SK가 본격적으로 중국 생산공장 활용에 돌입하면 현재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낸드시장 치킨게임 진행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낸드시장 3분의 1을 점유한 1위 사업자이고 SK하이닉스도 솔리다임 인수 이후 점유율 18%가 넘는 업계 3위로 이 두 회사의 낸드시장 점유율만 절반 이상이라 이번 유예 조치가 낸드시장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낸드시장 2위인 키옥시아와 4위 웨스턴디지털은 길어지는 낸드업계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합병과 기업공개(IPO) 등을 추진하며 투자금 마련에 한창이다. 낸드에만 집중하는 사업 구조로 업계 선두권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길어지는 불황과 가격 하락으로 신기술과 공정에 투입할 자금난에 빠지면서 생존에 위기가 왔다.

    가뜩이나 삼성과 SK가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수요 성장으로 D램 수익이 급증해 실탄이 두둑해진 데다 중국 공장 규제까지 풀리면 당장 이들이 생존 경쟁에서 더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업계에선 내년 중에 낸드업계 재편 작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 업그레이드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나서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 내에 낸드시장 치킨게임의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의견에도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