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SSD시장 기지개... 매출 두배 증가감산효과+수요회복… 가격 15% 급등SK하이닉스 인수 직후 불황 직격탄 맞은 솔리다임 '기대감'AI 투자에 밀려 시장 불확실성 여전하단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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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모르고 침체가 이어졌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기업용 SSD 시장 공략을 위해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을 인수했던 SK하이닉스는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호기를 살리려 분주한 모습이다.하지만 아직은 회복기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1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기업용 SSD매출은 전 분기 대비 96.9% 증가한 7억 6600만 달러(약 1조 원)를 기록했다.전체 기업용 SSD 시장 점유율도 전분기 24.9%에서 33.2%로 8.3%포인트(p) 상승해 삼성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점유율 41.7%의 삼성이 압도적이지만 솔리다임을 인수해 몸집을 키운 SK하이닉스도마이크론이나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WD) 같은 나머지 경쟁사들은 완전히 제칠 수 있었다.지난해 4분기 기업용 SSD 실적은 SK하이닉스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었다. 낸드플래시업계 감산효과에 더불어 서버업체들의 구매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SSD 가격이 15% 이상 급등해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당장 1분기에도 가격 상승 효과에 힘 입어 기업용 SSD 매출 상승이 점쳐진다.트렌드포스는 "재고 수준 하락 등으로 기업용 SSD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계약 가격이 25% 이상 오르며 올 1분기 매출도 2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SK하이닉스는 지난해 지난 메모리 시장 다운턴 국면에 특히 기업용 SSD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솔리다임의 실적 부진으로 시름했다. 지난 2020년 기업용 SSD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인텔 낸드사업을 전격 인수, 낸드사업에서 시너지를 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인수 직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역대급 불황이 닥치면서 손실이 이어졌다.당장의 손실보다 더 큰 우려는 기업용 SSD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인공지능(AI) 서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투자에 우선순위를 뒀고 기존에 운영하던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투자에는 속도조절이 불가피했다. 이렇게 줄어든 기업용 SSD 수요 탓에 SK 품에 안긴 직후부터 솔리다임의 실적 악화가 이어진 것이다.솔리다임은 지난해 매출 3조 110억 원에 순손실 4조 34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인 지난 2022년에도 3조 3260억 원 가량의 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약 7000억 원 가량 늘어난 적자로 또 한번 우려를 키웠다. 이미 7조 원이 넘는 순손실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솔리다임에게 시장과 수요 회복은 가장 절실한 부분이다.다행히 최악의 수요 한파는 벗어났지만 서버시장 전반의 투자 기조가 AI를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SSD 수요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이번에 가격이 회복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SSD 제조사들의 감산 효과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어 다시 예년 수준으로 가동률을 높이면 가격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