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웨스팅하우스 분쟁 종료… '팀코러스'로 한미 맞손체코 원전 최종계약 및 견고한 원전 생태계 구축 기대 양국 역할·참여 비중은 '비밀'로… 韓, 한발 물러선듯
-
- ▲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 체결식이 열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오랜 기간 이어진 지식재산권 분쟁이 마침표를 찍으면서 글로벌 원전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출 최종 계약을 비롯한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청신호가 켜졌고 국내 원전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1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국전력은 전날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과 한전은 웨스팅하우스와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한미 간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한수원은 오는 3월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수주를 확정 짓기 위한 본계약이 예정돼 있다. 체코 역사상 최대 투자사업인 이번 프로젝트에서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은 계약 체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체코 프로젝트의 진행을 막아왔다. 이에 한수원은 APR1400의 국산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독자 수출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오랜 기간 이어진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이 끝나면서 체코 프로젝트 수주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석이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합의는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가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호혜적으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팀 코러스(Team Korea+US)'로 글로벌 시장 확대이번 분쟁 해결은 한미 양국 간 원전 협력 강화라는 큰 틀에서 이뤄졌다. 지난 8일 한미 정부는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을 체결하며 민간 및 공공 분야의 협력 체계를 공고히 했다.이 MOU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최고 수준의 비확산 원칙 준수 △제3국 수출 통제 협력 등을 포함하며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의 공동 협력을 강조했다.한수원·한전은 이번 합의를 통해 '팀 코러스(Team Korea+US)'라는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 복원을 통해 기존의 경쟁 구도를 협력 구조로 전환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은 각각의 강점을 결합해 세계 시장을 공동으로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이번 합의는 단순히 해외 수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원전 산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한국은 1970년대부터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고리 1호기 원전을 건설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독자적인 원전 설계와 시공 능력을 갖추게 됐다.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복원은 한국 원전 산업의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번 합의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더욱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국내 원전 생태계 강화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김동철 한전 사장 역시 "양측이 이번 합의를 통해 지난 약 50년간의 전통적 협력 관계를 복원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해외 원전 수주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다만 팀 코러스로 해외 원전 시장에 진출할 경우 웨스팅하우스가 어떤 역할과 비중으로 참여할지는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공개하지 않아 한국 측에서 일정 부분 양보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웨스팅하우스는 이번 합의로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법적 조치를 철회할 것이라고 입장을 마무리하면서도 "합의 조건에 관한 추가 세부 사항은 모든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에 따라 기밀로 유지된다"는 한 문장을 덧붙였다.일부에선 유럽 지역은 공동진출, 중동 등 기타 지역은 한국 단독진출 같은 지역 분담 방식을 명시했거나 지역과 상관없이 웨스팅하우스가 지재권을 바탕으로 모든 원자로 설계에 참여하는 방식 등이 협약에 포함됐을거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