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역설①] 신용대출 25조8112억… 6개월새 9101억 ↓1·2분위 절반 이상 차지… 서민 급전창구 활용최고금리 20% 묶였지만 조달금리 2배 '껑충'송석준 의원 "최고금리 유연하게 변경해야"
  • ▲ 자산규모 상위 20개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 잔액 추이.ⓒ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
    ▲ 자산규모 상위 20개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 잔액 추이.ⓒ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
    다중채무자나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자들이 주로 찾는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이 6개월 새 1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불황으로 급전을 찾는 서민들이 늘고 있지만 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금리가 크게 올랐지만 최고금리가 20%로 묶여 이익을 못 내는데다 연체율까지 올라가 저축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축소한 결과다. 특히 신용점수가 매우 낮은 하위 10%의 차주들의 제도권 진입 문턱이 높아져 불법사금융 절벽에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자산 규모 상위 20개사(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애큐온·다올·상상인·모아·신한·OSB·KB·하나·JT친애·키움·대신·NH·DB·예가람·JT저축은행  등)의 올 상반기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25조811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6조7213억원에서 6개월 새 9101억원 줄었다. 2020년 18조6118억원이었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2021년 24조7410억언으로 6조원 이상 급증한 후 지난해 2조원 가량 늘었다. 하지만 올 들어선 반년 만에 1조원 가까이 빠졌다.

    특히 신용등급별로 따져보면 신용점수가 가장 낮은 1분위(하위 10%) 차주가 가장 많은 개인신용대출을 빌려갔다. 올 상반기 기준 9조1409억원으로 전체 35.4%에 달한다.

    2분위(3조8923억원)까지 합하면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의 절반 이상을 신용점수 하위 20% 차주가 빌려간다는 의미다. 그만큼 저축은행은 다중채무자 등 금융취약계층에 해당하는 극저신용자들이 급전창구로 활용하고 곳이다.

    개인신용점수는 1000점 만점으로 각각 10%씩 총 10단계로 구분해 작성한다. 2021년까지는 개인의 신용을 등급별로 나눠 1~10등급을 구분하다 등급간 문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어 신용점수로 세분화했다. 2021년 5~10등급이 신용점수 하위 10%에 해당한다.

    문제는 올 들어 1조원 가까운 개인신용대출이 줄어든 가운데 하위 10%인 1분위에서 7640억원이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조9049억원에 달했던 1분위 신용대출 잔액은 올 상반기 9조1409억원으로 줄었다. 극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신용점수 4분위(하위 40%)에서도 8548억원에 달하는 대출감소가 발생했다. 전반적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계층에서 대출이 줄어든 셈이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31개 중 16곳은 신용점수 600점 이하인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을 내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엔 신용점수 600점 이하의 저신용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곳은 9곳에 불과했으니 2배 가량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주로 예·적금 등 수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기준금리가 치솟으면서 조달비용도 급증하고 있다"면서 "신용 리스크를 감안하면서 마진을 남기려면 법정 최고금리인 20%가 넘는 금리를 책정해야 하는데 조건이 맞지 않아 신용대출을 중단한 업체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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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신용자들의 급전창구로 이용되는 저축은행 등이 최근 대출영업을 자제하는 이유는 법정 최고금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차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금리는 20%로 제한됐는데 조달비용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서다.

    2021년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낮출 당시의 금융회사 조달금리는 2~3%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4~5%로 2배 뛰었다. 연체율도 당시보다 5~6배로 상승해 대손충당금 부담이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을 유지하고 건전성을 관리하려는 저축은행들은 극저신용자 대출을 우선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후 채권시장이 경색되며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중소형 캐피탈사가 저신용자 대상 대출부터 중단한 것과 마찬가지다. 신규 차입조차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저신용자부터 대출 공급 문턱을 줄여버린 셈이다.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은 결국 불법사금융으로 향하게 된다.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 및 신고된 불법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747건 늘어났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결국 제도권 금융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한 저신용자는 불법 사금융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면서 "법정 최고금리를 높이자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금리를 유연하게 변경하도록 해 서민들이 불법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