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하려 '매출'을 종업원 '팁'으로 신고법원 "조세 부과·징수를 불가능·곤란하게 하는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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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이 벌어들인 술값(주대)을 프리랜서 종업원(MD)들의 봉사료라고 세무당국에 허위로 신고해 조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는 클럽 버닝썬 전 공동대표들이 1·2심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 이지영 김슬기)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조세) 위반과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문호·이성현 전 버닝썬 공동대표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6억 원을 각각 선고했다.이문호·이성현 전 공동대표는 2018년 2~12월 클럽을 운영하며 조세를 포탈하기 위해 MD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을 봉사료로 위장해 결제단말기(POS)에 입력하고 이를 세무서에 허위 신고한 혐의를 받는다.클럽과 같은 유흥주점의 매출은 크게 주대(유흥음식요금)와 봉사료로 나뉜다. 세무당국은 주대에 부가가치세(10%), 교육세(3%), 개별소비세(10%)가 부과한다. 그러나 봉사료는 이른바 '팁'으로 '종업원의 언행, 친절, 배려 등의 용역에 대한 대가로 (고객이) 종업원에게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지급되는 금액'이다. 봉사료는 유흥주점의 수입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 징수 대상도 아니다.두 공동대표는 이 기간 MD들과 성과급을 테이블 매출의 15%로 계약했음에도 매출의 최대 35%를 봉사료로 입력해 매출신고액을 줄인 것으로도 조사됐다. 또 이 과정에서 MD들의 서비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메인바(Bar), 서브바, 인포, 힙존(힙합 음악이 나오는 별도 공간)에서 나오는 수입에도 봉사료를 책정했다.두 공동대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총 9억1686만원의 조세를 포탈한 것으로 나타났다.1심은 지난해 12월 "피고인들이 MD들에게 지급한 돈은 봉사료로 볼 수 없는 것"이라며 "과세표준인 매출액에서 제외할 수 없음에도 일률적인 비율로 매출액에서 제외하려 신고한 행위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이어 "피고인들이 세무사의 조언을 받아 세무처리를 하고 세금신고를 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MD들에게 지급하는 돈이 봉사료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과세표준에서 공제될 수 없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외하고 세금신고를 하거나 이를 하도록 묵인했다"고 이유를 밝혔다.2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한편 '버닝썬 사태'는 2019년 1월 김상교씨가 버닝썬에서 성폭력, 마약, 탈세 등의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사정당국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가 클럽 아레나에서 해외 투자자를 성접대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됐다.서울고법은 지난해 12월 이문호 전 대표에 대해 수억원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달 미성년자 4명이 클럽 가드로 고용되도록 방치한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는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