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대면 회담… 무력충돌 방지 공감·핫라인 개설 등 일부 진전시진핑 "수년간 대만 침공계획 없어"… 화약고 위험회피는 긍정적경제 대립 여전… 美 "첨단기술 제공 안해"-中 "수출통제로 발전 억제"두 정상, 안팎으로 입지 시험대 올라… 관계개선 물꼬 텄지만, 갈등해결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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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개국(G2) 수장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두 번째 대면 회담을 했다. 이번 만남과 성과는 한 마디로 두 정상의 '위기관리'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액션을 통해 실리를 챙기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경제안보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양국 간 갈등이 급격히 해빙무드를 맞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위기이자 기회이면서 앞으로 상당 기간 경제 안보 외교 측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양국 정상은 15일(현지시각) 미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만났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에 다시 만나 4시간 넘게 대화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을 찾은 뒤 6년 만에 미국 땅을 밟았다.이날 두 정상은 양국 간 이슈는 물론 글로벌 현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두 정상은 '신냉전'으로 불리는 양국 간 갈등이 무력 충돌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구는 두 나라가 성공하기에 충분히 크고,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나라에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일부 실질적이고 진전된 성과도 나왔다. 두 정상은 군사 소통 채널 복원에 합의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단절한 국방장관·합참의장 등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등을 재개하기로 했다. 정상 간 '핫라인' 개설에도 합의했다.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의 미국 반입을 막는 데도 협력하기로 했다. 펜타닐 과다복용은 18~49세 미국인의 사망원인 1위가 될 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은 그동안 멕시코 마약 밀매 조직에 펜타닐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을 제지할 것을 중국 정부에 요구해 왔다. 양국은 사법 당국 간 실무그룹을 구성해 마약 대응에 공조하기로 했다.시 주석이 가장 민감한 이슈로 꼽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에 있어선 두 정상이 평행선을 달렸다. 시 주석은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며 "미국은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 고위당국자의 브리핑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에서 대만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시 주석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오는 2027년이나 2035년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대해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며 어느 일방의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제분야에서도 협력보다는 견해차가 두드러졌다. 이날 정상회담 테이블에 중국은 외교안보 수장은 물론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 주임(거시경제)·란포안 재정부장(재정)·왕원타오 상무부장(통상) 등 경제분야 장관 3인방도 총출동했다. 그만큼 이번 회담에서 경제 문제가 주요 의제였다는 점을 방증한다.시 주석은 미국이 안보 명목으로 시행한 수출통제와 투자제한 조치 등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반발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 인민의 발전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일방적 제재를 해제해 중국 기업에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에 맞서는 데 사용될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보를 위협할 첨단기술이 중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계속하겠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거꾸로 시장경제에 반하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과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 등을 제기했다. -
이번 바이든-시진핑 두 정상의 만남은 각자 위기관리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사실상 3연임을 확정하고 총 임기 '15년 플러스알파(+α)'의 장기 집권체제 문을 열었다. 측근 그룹인 이른바 '시자쥔(習家軍)' 인사를 새로 기용하며 친정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당 업무보고에서 "위험한 폭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에 주목했다. 시 주석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 정세를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이런 판단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전례 없는 1인 지배체제를 구성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대만을 지원하고 나선 미국, 기술 병목현상에 대한 중국의 취약성, 아시아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서방 주도 동맹의 군사력 등을 중국에 대한 위협 요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시 주석은 앞서 미 트럼프 행정부가 소위 '트럼피즘'(미국 우선주의)을 내세우며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자 지난 2020년 세계 경제(국제 순환)뿐 아니라 국내 경제(국내 대순환)를 최대한 발전시킨다는 '쌍순환 전략'을 제시하고, 내수 강화와 기술 강국을 해법으로 채택했다.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만의 경제정책 방향 전환이었다.그러나 시 주석의 이런 정책 전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글로벌 경기 위축과 긴축 장기화를 거치며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미국은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민주당이 정권을 넘겨받은 이후에도 대(對)중국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 워크'(IPEF),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인 '칩4 동맹' 등 신경제통상 환경을 주도하며 반(反)중국 전선을 확장하는 등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각종 무역 제재가 잇따랐다.내수 전략도 녹록잖은 실정이다. 올 들어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부동산 거품 논란이 불거졌다. 불똥이 부동산 신탁회사 등 금융권으로까지 번질 조짐이 커지면서 일각에선 연쇄 디폴트 위기를 넘어 자칫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음마저 나온 상황이다.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 회복의 모멘텀(성장 추진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마저 제기되면서 일각에선 중국의 모습이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일본의 경기침체 상황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고 경고하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대규모 건설 붐으로 호황을 누렸던 일본은 1990년대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버블(거품)이 붕괴하면서 기업과 가계가 빚을 갚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위축된 소비는 다시 생산과 고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졌다.이렇게 안팎으로 눈치가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시 주석에게도 실리를 챙길 기회다. 당장 대만 문제만 해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자기 입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시 주석에게 국내적으로 중대 성과로 포장할 수 있는 '선물'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반대로 시 주석도 수년 내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 계획이 없다고 시사함으로써 미·중 갈등의 최대 화약고인 대만 문제에 있어 당분간 물리적 충돌은 없다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은 셈이다.시 주석으로선 첨단 기술과 경제분야에서의 눈에 띄는 진전이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부과한 고율 관세 폐지나 첨단 반도체 장비 등의 대중국 수출 통제 등에 있어선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을 상대로 중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는 측면에서 '빈손' 외교는 아닌 셈이다.바이든도 마찬가지다. 바이든은 시 주석과 달리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가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의 향방을 결정할 6개 경합 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이자 백악관 선임고문 등을 지낸 정치평론가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지난 6일(현지시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에 떠오를 준비가 된 지도자감들이 있다. 오직 바이든 대통령이 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서 "그(바이든)가 출마를 고수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나 그가 판단할 것은 그것이 현명한 일인지, 그 자신과 이 나라의 최대 이익일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는 바이든의 재선 포기를 종용한 셈이다.미국 내부 사정도 좋다고만 볼 수 없는 처지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둔화하며 긴축 상황이 풀릴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미 의회는 아직 내년도 연방정부의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고,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고 있다.설상가상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까지 2개의 전선을 관리해야 하는 외교적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의 입김이 예전만 못하면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는 옛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은) 올해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조처는 상당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70%까지 따라오는 등 미국이 과거 같은 성장을 보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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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양국 사이에 낀 한국은 어떤가. 내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이 정권 바통을 넘겨받아도 특히 그 선봉장 역할을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맡는다면 미·중 관계는 현재의 갈등 상황에서 한 발짝도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 한국으로선 신냉전 체계하에서 불안한 외줄타기를 계속해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가뜩이나 저성장이 고착하는 분위기 속에서 미·중 갈등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양 경제블록 중 어느 한쪽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며 교역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로선 달갑잖은 상황인 셈이다. 그나마 화약고에 비유되는 양안 문제에 있어 시 주석이 2027년 무력 사용 시나리오에 선을 그은 것은 고무적이다. 대만과 중국이 미사일을 쏘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에서 틀어졌던 한·일 관계가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일면 다행스러운 부분이다.우리나라도 국내 정세가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외줄을 타더라도 이념이 아니라 철저한 실리 위주의 선택을 해야만 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