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ELS 고객이 묻기도 전에 무지성으로 판매해""일부 은행, 피해 예방 조치 운운하지만 자기 면피 조치"금융감독원, H지수 연계 ELS 판매사 실태 조사
  •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H지수 ELS 사태와 관련 "은행들이 안정적인 노후 자금 운용을 원하는 고령 투자자에게까지 고난도 상품을 권유한 것 자체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 여부를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 원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3개 자산운용사 CEO와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와 연계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지수가 조건을 충족하면 약속한 수익률로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

    그는 "금융소비자법상 적합성 원칙의 본질적 취지를 살펴보면 금융기관이 소비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을 해서 가입목적에 맞는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금융투자상품 관련 자기 책임 원칙은 존중한다"면서도 "고객이 묻기도 전에 무지성으로 판매해놓고 자필 서명, 녹취 등을 얘기하며 피해 예방 조치를 충분히 했다고 운운하는데, 자기 면피 조치가 아닌가 싶다"며 일부 은행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 원장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H지수의 경우 2016년 당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49.3%나 폭락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부동산 시장 상황 등 여러 가지 사이클에 따라 등락이 극심했던 상품인 점, ELS의 원금손실 기준이 발생한 전례가 있던 점을 고령 투자자에 제대로 설명하고 투자를 권유한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며 "눈에 안 들어오고 안 읽히는 상품을 '네네'라고 답했다 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판매잔액은 20조5000억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약 16조원이 은행권을 통해 판매됐다.  

    국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판매 잔액은 총 8조4100억원 규모다. 

    H지수는 지난 2021년 초 1만2000포인트에서 현재는 6000포인트까지 떨어진 상황으로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원장은 "설명 여부를 떠나 노후 보장 목적으로 만기 정기예금 재투자하고 싶어 하는 고령자들에게 수십%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난도 상품을 권유했다것 자체가 적합성 원칙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ELS 판매가 가장 많았던 KB국민은행과 관련해 이 원장은 "일부 은행에서 ELS 판매 한도가 있었다고 운운하는데 수십 개의 증권사를 합친 것보다 KB은행에서 판 게 많다"고 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7조8458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권 전체 판매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은행과 증권사들의 해당 상품 판매 실태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