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시총 190조원 증발 … 거품론까지 '모락'글로벌 판매량 급감 … 리딩 기업 위상 잃을 수도폭스바겐·현대차 반사이익 … 가격경쟁력 앞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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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전기차 시장 거품론까지 나오는 양상이다. 한편으로는 전기차 대세론은 여전히 유효하며 테슬라가 쥐고 있던 패권을 두고 완성차 업계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란 전망도 나온다.10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15.43% 내린 222.15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하루 낙폭은 지난 2020년 9월 8일(-21.06%) 이후 최대치로, 장 중 한때는 220.66달러까지 추락했다. 테슬라의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146억 달러로, 하루 만에 1303억 달러(약 190조 원)가량 쪼그라들었다.테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선거운동에 앞장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주가가 고공 행진했다. 지난해 12월 17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479.86달러까지 올랐었다.그러나 미 증시 전반을 강타한 관세전쟁 격화와 경기침체 우려에 더불어 테슬라 및 일론 머스크에 대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반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여기에 유럽 등에서 테슬라의 최근 판매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나오면서 우려에 불을 지폈다.실제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총 46만3000대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으나, 테슬라는 전년 대비 14.7% 감소한 5만7000대 판매에 그치며 순위가 2위로 밀려났다. 특히 유럽에서 전년 대비 45.9% 급감하면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테슬라가 주춤한 사이 폭스바겐그룹은 전년 대비 68.5% 성장한 8만2000대를 판매하며 1위로 올라섰다. ID.3, ID.4, ID.7, Q4 e-Tron, ENYAQ 등 폭스바겐의 새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의 강세가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이밖에 현대차그룹은 3만70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8.4% 성장, 3위를 기록했다. 이어 BMW(3만4000대), 스텔란티스(3만1000대) 등이 뒤를 이었다.업계에선 그간 전기차 시장에서 굳건하게 1위 자리를 지키던 테슬라의 지배력에 균열이 생겼다고 분석하고 있다.테슬라는 그간 전기차의 핵심 부문인 자율주행 분야에서 독주해 왔지만, 유럽, 중국 등을 비롯한 많은 완성차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다.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에서 최근 자율주행 개발·상용화를 추진하면서 전기차 가격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테슬라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일각에선 이와 같은 전기차 시장의 균열이 한국의 현대차그룹에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자율주행 등 미래 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실제 현대차는 지난 5일 미국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에이브이라이드(Avride)'와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이번 협약을 통해 현대차는 에이브라이드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 아이오닉 5를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해 공급한다. 해당 차량은 올 연말 우버의 로보택시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이다.업계에서는 이번 협약으로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해 10월 알파벳의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인 웨이모와도 로보택시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다만 테슬라도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테슬라는 올해 상반기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예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반등을 노리고 있다. 텍사스 기가팩토리의 생산 효율성을 개선하고, 멕시코 공장 신설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또 완전 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고 구독형 서비스 확대를 추진해 차량 판매 중심의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