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고객 불만·경쟁사 이탈에 테슬라 담보대출 허용내부선 회사 방향성에 대한 설왕설래 이어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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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6일부터 미국 테슬라에 대한 종목군을 A군에서 F군으로 낮추고, 담보대출을 중단해 화제가 됐었는데요. 

    한 달 반 만인 지난 3일부터는 다시 테슬라의 종목군을 F군에서 D군으로 올리면서 대출길을 열었습니다. 

    당초 미래에셋증권이 해당 종목의 담보대출을 막은 건 주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일론 머스크의 정치 참여가 부각되면서 지난해 11월 초 200달러 중반이던 주가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488.54달러까지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테슬라 등 특정 테마주에 과도하게 쏠려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선제적으로 담보대출을 중단했던 것이죠.

    일론 머스크의 정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곤 해도 서학개미 러브콜 1위 종목, 빅테크의 열풍 정점에 선 종목의 담보 대출을 막는 건 이례적인 판단인데요. 

    이후 고객들의 불만이 폭주했고, 테슬라 보유 고객 등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다시 담보 대출을 풀어준 것으로 전해집니다.

    큰손 고객들 입장에선 해외 주식 중 테슬라 비중이 적지 않은데, 이를 담보로 레버리지 투자할 기회 비용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미래에셋 고객들이 테슬라 담보 대출 길이 막혔다는 소식에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공격적인 해외 주식 영업을 하는 경쟁 증권사들에선 이를 틈새시장으로 삼아 고객 빼가기에 나선 것이 뼈 아팠다고 전해집니다.

    이같은 판단을 두고 내부에선 박현주 회장의 남다른 중국 사랑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집니다.

    박현주 회장은 지난 2007년 인사이트펀드, 2020년 중국 전기차, 그리고 지금 다시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중국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나서고 있는데요.

    예상 밖의 시장 상황 탓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2007년과 2020년의 중국 투자는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줬습니다.

    2007년 박현주 회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인사이트펀드는 글로벌 자산배분이란 당초 취지와 달리 그동안 큰 수익을 안기고 성장성을 높게 본 중국시장에 '몰빵' 투자하면서 화근이 됐었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중국 증시가 펀드 설정 이후 고꾸라지며 반토막 났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박 회장은 직접 유튜브에 등판까지 하면서 테마 ETF로의 연금 투자를 강조했는데요. 이후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상장지수펀드(ETF)는 스타 ETF로 주목받으며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몰렸습니다.

    한때 순자산(AUM) 5조원 규모로 성장했던 해당 ETF는 미·중 갈등과 중국 경기 침체로 증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지난 17일 기준 AUM은 1조5888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올해 다시 박현주 회장은 내부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강력한 콜을 외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미래에셋증권 지점장을 비롯해 스타 플레이어 70여명은 2차례에 걸쳐 중국 탐방길에 나섰습니다. 중국 혁신 허브인 항저우와 중국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심천을 방문해 비야디(BYD), 샤오미, 바이두 등 중국 테크기업들을 찾았는데요.

    최근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뱅커(PB)들과 연구원들은 테슬라 투자를 공공연히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까지 퍼지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사석에서 박 회장이 '테슬라 숏을 치고 싶다' 한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내부에선 박현주 회장의 시장 뷰에 공감하는 분위기와 여전히 의구심을 드러내는 입장으로 갈리는 분위기입니다.

    회사 한 PB는 "박 회장이 미국 테슬라 대신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다 일론 머스크의 정치리스크 이후 테슬라에 대한 투자 판단은 보다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테슬라의 로보택시 성공이 앞으로의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이냐 아니냐 기로에 서 있을 만큼 혁명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PB는 "박현주 회장은 워낙 입지전적인 투자대가로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끌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바톰업 조직이 아니라 박현주 회장 휘하에 톱타운 조직"이라면서 "위에서 오더가 나오면 빠르고 정확히 실행되는 조직이지만 혹여라도 핀트가 나가면 밑에 선수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반면 한 지점장은 "미래에셋의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아직은 95%가 미국, 이제 5% 정도가 중국에 이뤄지고 있다"면서 "과거 중국 투자로 인해 고생했던 건 사실이지만 1~2년을 내다볼 트렌드로서 지금 중국이 유망하다는 데엔 이견이 없을 듯하다. 박 회장이 투자 뷰를 제시했을 때 PB들도 빠르게 따라주면 좋은데, 조금씩 뒷북을 친 감이 없지 않았다. 최근 중국 증시가 호황이었는데 조정이 오면 중국 기술주 비중을 20%까지는 늘려도 좋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