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둔화에 LG화학 ELS 원금 손실 우려 확산녹인 배리어 터치 상품 2915억원 달해테슬라·엔비디아도 일부 ELS 손실 가능성 커져관세전쟁 여파에 증시 하락 불가피…투자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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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시장에서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원금손실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상호관세, 업황 부진,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G화학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증시에서도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올해 들어 40%가량 하락하면서 일부 ELS의 손실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의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13% 이상 빠졌다. 지난달 중순 27만원대까지 회복했던 주가는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9일 20만원대를 위협받았다. 지난해 2월 19일 기록한 52주 최고가(52만원)보다는 58% 폭락한 상황이다. 

    주가 하락에 LG화학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낙인(knock-in) 구간 진입도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을 기초로 삼은 ELS 중 녹인 배리어(원금 손실 한계선)을 터치한 상품은 지난 18일 기준 총 2915억원에 달했다.

    ELS는 발행 이후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 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 만약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연장된다. 다만, 최종 만기 전까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정해진 수준 아래로 주가가 하락하면 가격 하락률만큼 ELS 전체 원금에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낙인 구간에 돌입했다고 무조건 손실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기초자산 가격이 상환 전까지 배리어를 충족하면 투자 원금이 보장된다. 

    하지만 LG화학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트럼프 리스크와 업황 둔화 등 영향으로 지난해 실적도 부진했다.

    LG화학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8조9161억원, 영업이익은 91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46%,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75%씩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순이익은 5150억원으로 74.9% 줄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만 6293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증권가는 1분기 실적에 대해 우호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회사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고전해 온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 회복이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1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할 것이란 평가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은 12조505억원, 영업이익은 1668억원으로 추산된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120.3%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석유화학 산업 부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R의 공포'(경기침체 공포)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LG화학의 우량신용등급(AA+) 유지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1월 나이스신용평가는 LG화학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당시 나신평은 "LG화학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며 전지 부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공급 과잉 구조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중·단기간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및 이익 기여도는 저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는 석유화학 업종에 악재가 되고 있다.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 S&P는 트럼프 리스크 작동 시 영업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LG화학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과 채권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 LG화학의 화학 부문 수익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품 관세 인상이 전반적인 제조업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중국 화학 제품의 상위 3개 수출 시장 중 하나이다(수출액 기준). 만약 미국의 무역 정책이 한층 더 공격적인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글로벌 화학 산업 전망은 추가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에서도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주가가 올해 급락하면서 일부 ELS의 손실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테슬라는 전일 뉴욕증시에서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6%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17일 479.86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연초 대비 44% 폭락한 상태다. 엔비디아 역시 간밤 4% 넘게 하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1월 6일 149.43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35% 넘게 하락한 수준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녹인 구간 진입 공지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하나증권은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추종하는 15990, 16567, 16623회 ELS 3종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이날 지난해 12월 출시된 제1295회, 1296회, 1298회 뉴글로벌 100조 ELS 3종이 손실구간은 아니지만 1차 평가에서 조기 상환이 연기됐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 약세가 장기화하면 이를 추종하는 ELS 상품 전반적으로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슬라는 브랜드 가치 하락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가운데 위기에 봉착해 있다. 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와 자율주행 기술 지연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엔비디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H20 인공지능(AI) 칩 중국 수출 제한 조치 여파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수출 제한으로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달러(7조8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했다. 재고와 구매 약정 등 충당금에 따른 비용이다.

    월가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 증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와 70여개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지난 2일 이후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에버코어 ISI 등 최소 10개 은행이 연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