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블록딜에 멀어지는 '8만 전자'… 계열사도 약세

삼성 일가의 세 모녀가 2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블록딜에 성공하면서 주가가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탔다. 블록딜에 앞서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과 국내증시 약세까지 겹치면서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홍라희 전 리움 삼성미술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전자 지분의 약 0.5%에 해당하는 보통주 2982만9183주(약 2조1900억원)를 매각했다. 10일 종가인 7만3600원 대비 1.2% 할인된 7만2716억원에 가격이 형성됐다. 

당초 주관사 측은 2%대 할인율을 목표로 블록딜에 돌입했지만 매각 규모의 7~8배에 달하는 15조원 이상의 기관투자가 수요가 몰리면서 낮은 할인율로 전량 매각에 성공했다. 이번 블록딜에선 골드만삭스·씨티·UBS·JP모간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홍 전 관장은 1932만4106주를 매각해 가장 많은 물량을 처분했다. 이어 이서현 이사장이 810만3854주, 이부진 사장은 240만1223주를 각각 매각했다. 지분율로 살펴보면 홍 전 관장이 0.32%, 이 이사장 0.14%, 이 사장 0.04% 수준이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전자 지분 외에도 삼성물산(0.65%)과 삼성SDS(1.95%), 삼성생명(1.16%)의 지분 일부도 매각하기로 했다. 이번 세 모녀의 블록딜 결정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유산과 관련된 상속세 납부가 배경으로 풀이된다. 

삼성 오너일가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한다. 현재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지난 2021년 4월부터 5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 중이다.

블록딜 여파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주는 약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0.54% 하락한 7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1%대의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다. 새해 첫날 종가(7만9600원)대비 8% 넘게 하락하며 투자자들이 기대한 '8만 전자' 거리와는 더 멀어지게 됐다.

블록딜에 나선 계열사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삼성물산도 전 거래일 대비 1.78% 감소한 12만1600원으로 확인됐다. 삼성생명과 삼성SDS도 각각 3.24%, 3.21% 빠진 6만2800원, 16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