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아빠도 한달 유급 출산휴가… 육아휴직급여 150만→210만원민주당, 신혼부부 1억 대출·3자녀 출산시 33평 아파트 제공전문가 "재원 대책 반드시 같이 나와야"… 21대 총선 公約 이행률 27%, 空約 전락나랏빚 작년 11월 현재 1110조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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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랏빚이 1100조 원을 돌파하고 경기 회복이 더딘 데도 여야 정치권에선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선심성 정책과 법안들을 올해 총선을 앞두고 쏟아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신혼부부 1억 원 대출, 학생 자녀 현금 지원 등 표심을 의식한 무리한 재정 지출이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더불어민주당은 출생률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거, 자산, 돌봄은 물론 일·가정 양립 정책까지 한데 모았다.

    공약을 살펴보면 먼저 2자녀 출산 시 24평 임대주택을, 3자녀 출산 시 33평 주택을 각각 분양전환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한다. 이른바 '우리아이 보듬주택' 정책이다. 신혼부부 주거지원 대상은 현행 7년 차에서 10년 차까지 확대한다.

    비용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층을 지원하기 위해 결혼, 출산 지원금도 도입한다. 소득이나 자산과 무관하게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 원을 대출해주고,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돌봄 대책은 현행 중위소득 150% 이하만 신청할 수 있었던 아이돌봄 서비스를 모든 가정에 제공하고 아이돌보미 돌봄 수당도 확대한다. 미혼모·미혼부나 비혼 출산 가정에는 추가로 특별 바우처도 지원한다. 양육 지원금은 '우리아이 키움카드', '우리아이 자립펀드'가 골자다. 키움카드란 8~17세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씩의 아동 수당을 카드로 주는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도 총선 공약으로 일·가족 모두 행복을 주제로 내건 저출생 공약을 발표했다.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빠 휴가(1개월 유급)를 의무화한다. 자유롭게 휴가와 휴직을 쓸 수 있도록 남녀고용평등법 개정해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15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60만 원 인상하고 초등학교 3학년까지 유급 자녀돌봄휴가 연5일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뾰족한 재원대책 없이 표만 얻고 보자는 식의 선심성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으로 막대한 국민 혈세를 썼지만, 합계출산율은 0.7명 수준으로 오히려 악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면밀한 비용 대비 편익 분석 등이 빠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퍼주기 대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칫 설익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날 발표한 저출생 종합대책을 집행하기 위해선 연간 28조 원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보듬주택에 4조 원, 결혼-출산 지원금에 5조 원, 키움카드·자립펀드에 18조 원 등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대규모 예산을 동반하는 공약은 현실화하기도 어렵고 선거 이후에는 유야무야 사라지는 분위기다.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가 확인한 결과 지난 21대 총선에서 내놓은 공약 7884건 가운데 실제 이행된 건 2114건으로 야심 차게 내놓은 공약의 27%에 불과했다. 대부분 공약(公約) 실체 없는 공약(空約)으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저출산대책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반응도 없잖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시점이 그렇다. 이 이전에 나왔어야 하는 정책들이다"면서 "(다만 이번에 발표된 대책을 보면) 진일보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정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막대한 재원이 수반되는 만큼 반드시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출산 대책은 교육, 주거, 경력단절 등 (정책 수혜자의) 근본적인 니즈를 충족하는 게 필요하다.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잖다"면서 "다만 그동안 3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 대책으로 써왔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쓸 데 없는 곳에 돈을 쓰면 안 된다. 특히 재원대책 없는 돈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일부 정책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사업 내용을 변경해 절약되는 국비 등을 저출산 대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 대책에서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재원 마련 부담이다. 이에 대한 논의가 같이 가야 한다"면서 "정부의 재원이 별로 없고 세수도 안 좋은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저출산 대책에서) 반드시 같이 나와야 하는 게 재원"이라며 "필요하다면 일반 증세를 할 건지, 감세정책 등을 철회할 건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책 지원과 관련해 여당은 필요한 재원을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만들어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매년 30조 원에 가까운 재정 투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기존 저출산 대책을 야당의 이번 대책으로 오롯이 대체하거나 기존 대책과 병행할 경우 관련 예산을 기존의 2배로 키워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야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지다 보니 소요 재원이 정책 시행 단계에서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가령 민주당의 소위 보듬주택은 입지가 어디냐에 따라서 소요 예산이 크게 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당의 육아휴직 급여 확대 공약도 기존의 현금성 지원과 큰 차별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중앙정부 채무는 전년 말보다 76조 원 증가한 1110조 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