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칩스법 우선 지원 요구… 13조 외 대출 우선대선 앞둔 미 정부 수용 전망… 이르면 내달 발표삼성·TSMC 등 후순위로 밀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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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미국 바이든 정부에 13조 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요청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 정부는 역대급 규모의 보조금을 자국기업인 인텔에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삼성과 TSMC 등 외국기업들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19일 반도체업계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바이든 정부에 반도체과학법(CHIPS Act)에 따라 100억 달러(약 13조 원) 이상의 보조금 및 대출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블룸버그통신은 "인텔이 CHIPS법에 따라 더 많은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상 중"이라며 "대출과 보조금 형태를 포함해 1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고 보도했다.CHIPS법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신설하는 반도체 기업에 390억 달러의 보조금과 750억 달러 규모 대출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인텔을 포함해 삼성과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 이번에 인텔이 100억 달러 지원을 촉구하면서 미국 정부가 더 많은 생산시설을 신설하는 자국기업에 대규모 보조금과 지원을 몰아줄 가능성이 커졌다.인텔은 미국 내에서 오하이오와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에서 여러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이를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하이오에는 200억 달러 규모로 첨단 반도체 팹(Fab)을 신설하고 애리조나에도 비슷한 자본을 들여 라인 확장에 나선다. 현재까지 발표된 인텔의 설비 투자 규모만 800억 달러 수준이다.대만 TSMC와 삼성도 미국 내에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출 예정이지만 인텔보다는 투자 규모가 다소 작은 편이다. TSMC는 애리조나에 400억 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신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이에 더불어 인텔은 미국기업인 자신들이 TSMC나 삼성 같은 외국 기업들과 달리 앞으로도 미국 내에서 차세대 반도체 생산 프로세스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는 점도 적극 호소하고 있다.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인텔이 CHIPS법에서 더 많은 지분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며 "우리는 미국에서 차세대 반도체 생산 프로세스를 약속하며 계획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이렇게 투자 규모나 애국심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앞세워 미국 정부도 인텔의 보조금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반도체 산업 육성과 생산시설 유치를 주요 성과로 앞세우고 있는 바이든 정부가 자국기업인 인텔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해 본보기를 보여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대선을 의식해 보조금 지급도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달 초 발표를 통해 "앞으로 6~12주 내에 반도체 보조금 대상 기업을 발표할 것"이라며 빠르면 3월 중에 발표된 후 이후 보조금 수령 프로세스가 가동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삼성의 경우 현재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보조금을 이미 지난해 하반기 신청하고 기업실사 등을 마무리 지었다. 구체적인 보조금 규모와 지급 시기 등을 협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텔이 자사 보조금 규모 확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삼성을 비롯한 외국기업들의 보조금 지급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이 같은 상황이 예견되면서 삼성도 내부적으로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을 새롭게 업데이트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로 알려졌다. 테일러시와 정치권에서는 삼성의 신공장 가동 시점을 올 여름께로 앞당길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삼성에선 여전히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보조금 규모와 지급 시기 등이 확정돼야 이후 일정에 대한 뚜렷한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