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격적 투자에 수출 급감멈춰서는 공장들… 가동률 70% 턱걸이고유가·탈탄소 가속화… 구조개편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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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반등에 나서지 못하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장기적인 불황에 빠질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수출이 급격히 쪼그라들며 새로운 시장을 찾지 못한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경쟁력도 떨어진 탓이다.12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량은 947만톤으로 전년대비 9.6% 감소했다. 생산량 1000만톤 붕괴는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이지만, 당시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있었다.올해 NCC 생산 전망도 어둡다. 여수, 울산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단지의 올해 NCC 공장 평균 가동률은 70%를 간신히 넘기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멈추면 대규모 적자가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리는 형편"이라고 했다.NCC는 원유를 정제해 얻어지는 납사(Naphtha)를 고온에서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시설로 석유화학 근본 공정이다. NCC 생산량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좁아졌다는 의미다. 석유화학 제품은 2021년 반도체를 제치고 수출 1위 품목을 차지할 만큼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석화산업 위축은 우리 기업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대규모 증설로 자급률을 높인 영향이 크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지난해 5000만톤을 돌파하며 내수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퍼지고 있다. 세계에서 에틸렌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미국을 제친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국제유가도 석화 업계에는 악재다. 중동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원유 재고 감소 영향으로 가격이 뛴데다 정제마진은 주요국 국영 정유사 가동률 상승에 따라 하락하는 추세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최근 "에너지전환으로 화석 연료 소비가 감소하며 중국의 석유 수요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업황 부진 속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다. 전날 진행된 여천NCC의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무려 1250억원이 미매각됐다. 석화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싸늘한 시선이 확인된 것이다. 기업 신용등급도 하락세에 접어들며 주요 석화기업들이 하향 검토 기준에 근접한 모습이다.업계에서는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 속에서 석화 산업의 구조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미 LG화학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중국 공장을 모두 정리한데 이어 말레이시아 자회사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신학철 한국석유화학협회장(LG화학 부회장)은 올해 초 "중국이 3년내 자급률 100%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석유화학 공급망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