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60%, TSMC 등에 쏠려美 중심 공급망 확대 조짐삼성·SK도 미국 거점 확대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설 현장 모습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설 현장 모습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을 제외시키기 위한 미국의 규제가 한창인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대만의 지진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특히 한국이 반도체 핵심 공급망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만 북부에서 발생한 규모 7.2 지진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은 25년 만에 가장 큰 규모였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는 이날 지진에 대비해 생산라인 가동을 6시간 가량 멈추고 직원들을 대피시키는 등 조치에 나섰고 UMC, PSMC 등 대만 2,3위 파운드리 기업들도 지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이번 지진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이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생산의 60%를 책임지고 있어 출하량이나 가격 등이 기존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씨티 애널리스트 피터 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강진 여파로 반도체 제조사들이 가격 협상에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2분기 D램 가격이 1분기 대비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가격 등락을 좌우할 정도로 반도체 공급망으로서 대만의 중요도는 명확해졌지만 그만큼 이번 지진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같은 강진은 25년만이지만 이미 2년 전에도 규모 6 수준의 지진으로 반도체업계가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고 지진에 대한 리스크는 일본만큼이나 높다는 평을 무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대만은 중국의 위협 등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친미 성향의 새로운 대만 총통이 탄생하면서 중국이 기존보다 더 강도 높은 위협을 대만에 가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만이 핵심 반도체 공급망 역할을 이어가기에 무리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정부는 강력한 반도체 공급망 확보 전략으로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속속 모으고 있다. TSMC도 일찌감치 미국 생산 기지 신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미국 테일러 지역에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에 수조원을 투입해 조만간 양산에 나선다.

    차세대 D램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미국 신공장 건설을 확정지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신설하는데 5조 2000억 원 가량을 투입하고 현지에서 연구·개발(R&D)을 위해 퍼듀대학과 협력한다고 공식화했다.

    반도체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미국에 더불어 일본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일본은 특히 TSMC 파운드리 공장을 자국에 유치하는데 중점을 두고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TSMC는 구마모토 지역에 86억 달러를 투입해 1공장을 완공했고 올해 안에 2공장 건설도 시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돋보인 한국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메모리 반도체 양대산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이들 기업들이 이미 구축해놓은 국내 생산기지에 더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수백조 원이 추가로 투입되는만큼 한국이 반도체 핵심 생산국으로 입지를 더 다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삼성전자는 향후 20년 동안 용인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하는데만 약 36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반도체 클러스터가 세워지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도 용인 신공장에 120조 원을 투자하며 가장 공을 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