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 해외주식형 ETF 4종 수수료 0.0099% 인하…경쟁 촉발미래, 삼성 이어 0.0098%로 맞불…업계 최저 보수 타이틀 뺏어중소형 운용사, 울며 겨자먹기식 수수료 인하 나서…출혈경쟁 우려
  • ▲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내 자산운용사 간 수수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업계 1‧2위 운용사들이 선제적으로 보수를 낮춘 데 이어 중소형사들도 속속 자사 ETF의 운용보수를 인하하면서 업계 전반의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저마다 자사 ETF 상품의 보수를 인하하고 있다.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이다. 삼성운용은 지난달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를 추종하는 해외주식형 ETF 4종의 총보수를 기존 0.05%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0.0099%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1억 원을 투자하면 연간 수수료가 9900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삼성운용이 보수를 인하하자 업계 2위 미래에셋운용도 맞불을 놨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10일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인하했다. 해당 ETF는 삼성보다 총보수를 0.0001%포인트 낮추면서 '국내 ETF 최저 보수' 타이틀을 가져갔다.

    두 회사의 상품이 주식형과 채권형 ETF라는 점에서 전혀 다른 상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내 최저' 타이틀을 내건 마케팅 의도는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시장 1·2위 사업자가 앞다퉈 수수료를 내리는 이유는 점유율 경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각각 39.2%, 36.5%로 불과 2.7%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들로선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중소형사들이다. 대형사들이 일제히 국내 최저 보수를 내세우면서 경쟁에 나서자 중소형 운용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내릴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실제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마이다스 KoreaStock액티브 ETF' 총보수를 연 0.62%에서 0.29% 인하하기로 했다. 

    이밖에 한화자산운용도 같은 달 'ARIRANG 200 ETF'의 총보수를 연 0.04%에서 0.017%로 내렸다. 해당 ETF는 한화운용 전체 ETF 순자산 중 20%가량을 차지할 정도의 주력 상품이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한자산운용 또한 최근 미국 빅테크 10개 기업에 투자하는 'SOL 미국 테크 TOP10'과 'SOL 미국 테크TOP10 인버스'를 상장했는데, 총보수를 미국 빅테크 투자 ETF 중 최저 수준인 0.05%로 책정했다. 

    최근 보수 인하 경쟁을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인력과 자본이 풍부한 몇몇 대형사를 제외한 중소형사 입장에선 지금과 같은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과도한 출혈경쟁은 시장 전체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수수료 인하는 운용업계에 예전부터 있었던 이슈이지만, 최근 다시 화두로 떠오른 건 이번 양강 운용사들의 인하 폭이 비상식적으로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보면 투자자들은 낮은 비용으로 ETF를 투자할 수 있어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운용사들이 돈을 벌지 못하면 인력과 상품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이는 곧 투자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