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세적 약세… 2월 145.98 → 6월 157.86일본의 양적완화, 미·일 5% 넘는 금리격차 '첩첩'한국, 장기화 대비 '플랜B'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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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달러 환율이 160엔대까지 가는 등 지속 하락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일본 수출품과 경쟁이 불가피한 가운데 미국 대선 등으로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산업계 중장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2일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는 161.5엔에 거래됐다. 지난달 26일 160엔대로 진입한 엔달러 환율은 이날 37여 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145원대로 떨어지기 시작한 엔달러 환율은 지난 4개월 사이 160원대까지 하락을 거듭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선 100엔이 858,6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857.4원 대비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달러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전 10시 기준 1386.1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1384.5원에 거래를 마친 달러·원 환율은 7월 들어서며 다시 상승 전환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 6월 1380원대를 이어가던 달러화는 장중 1390원선까지 상회하면서 1400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일본은 엔화가치 약세로 물가 불안이 커지면서 양적완화 정책으로 방어에 나섰다. 지난달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매달 6조엔 수준의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엔저의 근본 배경은 미국과 일본 사이에 과도한 금리 격차가 발생한 것이 꼽힌다.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매수와 달러 매도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지만 그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좀처럼 엔화 매도 움직임이 꿈쩍하지 않고 있다.

    심각한 엔저 현상으로 무엇보다 한국 수출이 가장 타격을 입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포인트 내리면 한국의 수출가격이 0.41%포인트, 수출물량은 0.2% 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산했다. 한마디로 일본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국가 중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가장 높다.

    산업별로 엔저 영향에는 차이가 있지만 석유, 자동차·부품, 선박, 기계류 등이 일본 상품들과 경합을 벌이는 분야로 꼽힌다. 철강의 경우 국내에 저렴해진 일본산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수출에 유리하다는 통념도 과거 대비 희석되고 있다. 환율이 오른 만큼 수출품의 최종 판매 가격도 오르고 수출품을 만드는 과정에 투입되는 원자재와 중간재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 달러 환율 상승 효과를 보기는 더 어렵다.

    다만 국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며 엔저 영향이 과거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엔저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지는건 불가피하지만 반도체 등 일본 대비 비교 우위가 있는 품목들의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들 품목들은 엔저에 따라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가 아니라 방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산업계에선 장기화되는 엔저 상황에 대비할 필요성이 언급된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엔저에 따른 산업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제기되긴 했지만 엔저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군을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밀도 높은 대책을 세우는게 시급해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