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자진 상장 폐지에 소액 주주 속앓이올 들어서만 7곳 자진 상폐 추진 및 진행 중헐값 공개 매수에 개미 반발…"밸류업 역행, 투자자 권익 보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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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장사들의 잇단 자진 상장 폐지에 소액 주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터무니 없는 '헐값' 공매 매수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주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는데요.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자발적 상장 폐지를 추진하고 있거나 진행한 기업은 총 7곳입니다. 2022년 상장 폐지를 추진한 상장사는 3곳, 지난해 4곳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눈에 띄게 늘어난 규모입니다. 

    신성통상의 대주주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지난달 21일 "신성통상 지분 중 시장 유통 물량 22.0%를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오는 22일까지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할 계획인데요. 신성통상은 상장폐지를 통해 경영 활동의 유연성과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입니다. 

    신성통상의 경우 오너 일가에 의한 상장 폐지지만 주로 사모펀드(PEF) 주도로 상장 폐지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올 초부터 공개매수와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잇따라 진행하며 상장 폐지를 추진해온 쌍용C&E는 지난 9일 코스피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는데요. 앞서 쌍용C&E의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는 장내 매입과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거쳐 지분을 100% 확보한 바 있습니다. 

    사모펀드 어피너티웨커티파트너스(락앤락)와 MBK파트너스(커넥트웨이브), 아키메드그룹(제이시스메디칼), 원익그룹(티엘아이)도 각 4개 기업에 대해 95% 이상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완료하거나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오너 일가 및 PEF가 자진해 상장 폐지를 택하는 건 소액 주주들의 성가신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섭니다. 주주들의 거센 환원 요구에 부합할 필요도 없고, 부담스러운 공시 업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잇단 자진 상폐 움직임에 소액 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주주들은 당초 주식을 매수한 가격이 공개 매수 가격보다 낮으면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신성통상의 사례만 보더라도 그 반발이 이해가 갑니다. 지난 10일 기준 신성통상의 주가는 2290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3배 수준입니다. 공개 매수가는 그에 근접한 2300원으로, 대주주가 PBR 1배도 안되는 값에 주식을 사가려고 하는 것이니 소액 주주들로선 복장이 터질 노릇입니다. 

    특히나 주가가 지난 2022년 4480원까지 올랐으니 손실 구간에 있는 주주로선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상황이죠. 소액 주주들은 대주주가 우선 이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또한 개인투자자들이 PBR 0.7배 수준의 가격에는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모으는 중입니다.

    실제 지난 4월 락앤락과 커넥트웨이브는 헐값 공개 매수를 진행하다 소액 주주들의 반발에 발목이 잡힌 바 있습니다. 

    커넥트웨이브의 공개 매수가는 1만8000원으로 과거 고점의 반도 안 되는 수준인데다가, 락앤락의 공개 매수가 역시 과거 최고가의 3분의1 수준이니 소액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목표 지분율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올 들어 자진 상폐를 추진하는 기업이 급증한 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이후 공시 의무 확대, 주주 환원 요구 등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며 기업들의 주주 환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만큼 이를 피해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기업이 우후죽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공개 매수 가격 산정 방식은 자본시장법 등에 명확히 돼 있지 않은데요. 기업들은 이사회를 열어 최근 1~3개월 주가에 일정 수준을 할증하는 식으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소액 주주를 울리는 상장사 자진 상폐. 개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