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전장 대비 1.94% 약세…‘블랙먼데이’ 이후 7.23% 급락뉴욕증시 3대 주요 지수는 연일 신고가…‘트럼프 트레이드’ 효과트럼프 행정부 관세 부과·칩스법 수정·IRA 축소 등 악재로 작용
  • 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따른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으로 연일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할 정책들이 국내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고조되었기 때문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2531.66)보다 49.09포인트(1.94%) 하락한 2482.57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2포인트(0.15%) 내린 2527.94로 출발해 장중 낙폭을 키워 2500선을 내줬다. 코스피 지수가 25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9월 11일(2493.37) 이후 2개월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344억원, 109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개인투자자 홀로 3334원을 순매수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7억1929만주, 12조36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코스닥 지수도 전장(728.84)보다 18.32포인트 내린 710.52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장 역시 외인이 41억원어치, 기관이 70억원어치를 팔아치웠으며 개인은 16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국내 증시는 지난 8월 초 글로벌 증시를 강타한 ‘블랙먼데이’ 사태 이후 좀처럼 반등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2일 이후 코스피는 7.23% 하락했으며 코스닥은 8.83% 급락했다. 이는 G20(주요 20개국) 중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15.94%)와 물가상승률이 50%에 육박하는 튀르키예(-11.43%)를 제외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셀 코리아’가 발생했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5조3624억원이나 순매도했으며 최근 한 달 동안에만 4조859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은 3조1986억원, 기관은 1조421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뉴욕증시 3대 주요 지수는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4만3988.99) 대비 304.14포인트(0.69%) 오른 4만4293.13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5.81포인트(0.10%), 11.99포인트(0.06%)씩 오른 6001.35, 1만9298.7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들 지수는 지난 8월 2일 대비로도 각각 11.46%(다우산업), 15.04%(나스닥종합), 12.25%(S&P500) 급등하는 등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 

    뉴욕증시는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영향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주와 테슬라 등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은 법인·소득세 등 대규모 감세, 지출 감축, 규제 완화를 시사해왔던 만큼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할 정책들이 국내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10~20% 보편적 기본 관세, 법인·소득세율 감세 등을 내세웠는데, 이가 현실화하면 재정적자를 막기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 인플레이션 심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으로 이어져 달러 강세를 부추기게 된다.

    이에 제조·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당선 시 글로벌 관세정책을 실행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은 최대 448억달러 감소하고 실질 GDP는 –0.67~0.24% 변화할 것”이라며 “미국이 관세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 견제를 위한 공급망 재편정책을 강화해 공급망 블록화가 진행될 경우 한국의 후생은 –1.37~0.30%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이 경제·지정학적으로 한국에 리스크임을 부정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한국증시는 언더퍼폼이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 트럼프의 부양·압박 순서, 중국의 대응 부양책 등이 증시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다수를 차지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2차전지 기업에 대한 우려는 증시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 기업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 외에도 반도체법(칩스법)의 수정·폐기를 주장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2년 제정한 칩스법은 미국 내 생산라인을 지으면 보조금을 지원하고 25% 세액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 수출액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인상하면 수출이 더 부진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폐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은 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에 따라 보조금을 받아온 만큼 정책 비중 축소는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 배터리 업계에 유리한 측면도 많다”며 “고관세 도입 공약은 현지에 선점 투자한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유리하고 법인세 인하, 전력 요금 인하, 규제 완화 공약 등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투자법인의 경영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주 공개된 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과 내수 부진에 따른 소매판매 및 제조업 공급 감소 등도 국내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서 연구원은 “중국이 여러 정책을 내놨지만, 구체적인 재정적자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고 부동산과 소비 부양책이 없었다”며 “이에 대한 실망으로 중국 기업과 관련된 종목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경쟁력 제고와 철저한 외교·통상안보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이 예견됐던 만큼 미국발 리스크를 관리하는 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현시점에는 본격 가동에 들어가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어야 했다”며 “통상·외교·안보·산업 등을 아우르는 상위의 조직을 형성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측에 우리 요구 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 진작에 전개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경제금융관들과 화상회의를 개최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재경관들은 본부와 원팀이 돼 주재국의 정책 변화 동향 파악과 적극적인 아웃리치 활동에 특별히 힘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