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야당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기업 독소조항 추가기업 해외반출 가능성 높아져… 고용·투자 줄면 구직자 등 피해코스피 200p 급락… 경제 펀더멘털 확고히 할 개혁방안 필수적2년 뒤 선거 시행, 주요정책 외면 우려… 노동개혁 지금이 적기
  • ▲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4.89포인트(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해 장중 10% 넘게 급락하며 2,400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연합뉴스
    ▲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4.89포인트(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해 장중 10% 넘게 급락하며 2,400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연합뉴스
    '파업조장 노조법'이란 비판을 받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5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지만, 이를 넘어 확실한 노동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인다.

    이날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이다.

    통상적으로 법안을 재발의할 경우 거부권 사유를 반영해 시정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반(反)기업적 성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사용자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2조 2호)로 확대해 하청·협력업체 노조들이 원청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과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한 것부터 독소조항으로 여겨진다.

    만약 해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수천개의 협력·재하청 업체를 둔 자동차·조선업체 등 대기업은 1년 내내 파업에 대응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실질적·구체적'이란 막연한 판단 기준은 산업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개정안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이로써 택배나 라이더, 굴착기 등 특수고용·플랫폼 근로자도 단체교섭 요구와 쟁의를 할 수 있다. 다양한 노동 형태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근로자 개념의 무분별한 확대로 노사 관계의 근본마저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는 조항(3조 1항) 역시 업계에서는 악법 중 악법으로 여겨진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불법 쟁의로 기업에 손해가 났을 경우 노조와 노조원에게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었지만, 이젠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무력해질 수 있다.

    노동쟁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으로 넓혀(2조 5호) 구조조정, 인수합병, 신공정 도입, 조직 통폐합 등 경영상 조치도 노조의 파업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런 식이면 파업 손해배상 청구 원인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업장 점거로 인한 생산 중단은 더 잦아질 게 불 보듯 훤하다.

    개정안을 중·장기적으로 보면 기업뿐 아니라 청년·노동 약자에게도 피해가 전가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 법으로 인해 기업들이 고용, 하청을 줄이거나 해외로 나간다면 그 피해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과 조직화하지 못한 노동 약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재계를 위축하는 법안들은 수출과 내수에 큰 축을 맡는 기업들의 활동을 저해하게 된다"며 "이는 전반적인 투자나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일자리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은 물론, 교육·연금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역점 과제로 3대 개혁 중 하나인 노동 개혁이 절실하단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임금·보상 체계를 성과와 직무 중심으로 바꾸고, 임금 격차 완화를 통해 이중구조 해소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된 상태"라며 "법은 최소한만 규정하고, 현장 노사의 합의에 따라 근로 시간 등 다양한 근로조건 관련 사안들이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근로 장소와 시간, 지휘명령에 따른 수동적 근로자상을 전제로 한 전통적 노동법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수용하면서 새롭게 파생되는 사회적 보호 필요성을 세밀하게 포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과 계속고용 로드맵 등도 마련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조차 못 한 상황이다. 특히 미 증시 급락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1일 종가 대비 200포인트 넘게 급락한 만큼 경제 펀더멘털을 확고히 하기 위한 노동 개혁이 더욱 절실하다.

    그럼에도 국회에서는 다수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탄핵'과 '방탄'에만 몰두해 역동경제 구현과 미래세대를 위한 구조개혁 추진을 방치하고 파업을 조장하는 법안에만 몰두한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구조개혁 논의와 시행 추진은 지금이 적기다. 2026년과 2027년에는 각각 지방선거와 대선 등 굵직한 선거가 있는 만큼 또다시 주요 경제 정책이 외면받을 우려가 크다. 현시점이 민생과 경제를 돌보는 정책과 법안에 몰두해야 하는 시기인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개혁 등 주요 정책이 제 시기에 처리되지 않으면 향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개혁 정책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중·장기적인 정책도 지체없이 추진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