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지역화폐법 개정안 12일 본회의 처리 방침지역화폐법 실효성 논란 … "취지와 달리 사용"올해 세수 부족분 30조 웃돌듯 … '곳간 털이'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8·1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8·1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선심성 '퍼주기' 정책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더불어민주당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국고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세수 부족분이 30조 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아 나라 곳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계속되는 야당의 포퓰리즘에 우리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지역화폐법) 개정안을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지역화폐법을 처리하겠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에 본회의 안건으로 올려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지역화폐법은 국가의 재정 지원을 재량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강화한 것을 골자로 한다. 입법이 완료되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지역화폐 정책이 국가 차원의 사업으로 격상된다.

    개정안에는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실태조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역사랑상품권이 2017년 소상공인 지원을 목적으로 최초 발행된 후 전국 지자체가 지역화폐 등 이름으로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현행법은 지자체가 상품권 발행 등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하도록 하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관련 예산이 삭감되자 야당은 이같은 개정안 입법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지역화폐의 일종인 지역사랑상품권이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당초 취지와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이 목적과 달리 종합병원, 주유소, 학원 등에서 사용된 비율만 해도 21.77%다"며 "당초 취지와 달리 5분의 1 이상이 골목상권 살리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용됐다"고 꼬집었다.

    최근 5년간 지역상품권의 총발급 규모가 95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역상품권 사업에 투입된 국가 예산만 총 3조1777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지역화폐 20조9000억 원을 발행하는 데 3522억 원의 재정이 사용됐다. 한 해 전에는 7050억 원이 들어갔다. 윤 정부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며 관련 예산을 삭감했지만, 야당은 정부 차원에서 지역화폐 재정 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화폐법은) 현금 살포를 의무화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이재명 하명법'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도 "엄밀히 말하면 세금 살포법"이라며 "상품권을 많이 발행할 수 있는 부자 지자체는 지원해 주고 가난한 지자체는 지원하지 않는 지역 차별 상품권법"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상품권식 '현금 살포' 정책 … 李 경기지사 때부터 해 온 포퓰리즘

    지역상품권 형태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시행해 온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성 정책으로 손꼽힌다.

    이 대표를 필두로 한 민주당의 포퓰리즘 정책은 지역상품권 외에도 전 국민에게 25만~35만 원 사이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민생위기극복특별법' 등이 있다.

    이른바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이라고 불리는 정책을 시행하려면 13조 원에 이르는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25만 원 지원법'을 '13조 현금 살포법'으로 규정하며 재정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한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발행으로 2260억 원의 경제적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결국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며 "추경은 양극화 해소와 서민의 생활 형편을 개선하는 게 목표지만, 이런 퍼주기 법안으로 해결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포퓰리즘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양곡관리법·횡재세 등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증가하거나 쌀값이 5~8% 떨어지면 정부가 과잉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과잉 생산된 쌀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면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길 수 있어 농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민주당은 정유사와 은행이 일정 기준을 초과한 수익을 거둘 경우 초과분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횡재세'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 등의 수익 초과분에 세금을 물려 고통받는 서민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이 설명하는 횡재세 도입 목적이다.

    그러나 횡재세 도입은 '이중과세'로 인한 위헌 소지가 있어 논란이 있다. 대다수 국내 경제학자도 횡재세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퍼주기식 행보를 남미 좌파 정권의 실패한 정책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70년대 부국의 지위를 누렸던 베네수엘라는 1999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와 2013년 그의 후계자 마두로에 의한 무상복지, 최저임금 인상, 대대적 공무원 증원 등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다가 다시 최빈국이 됐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세계 10대 부국 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도 무분별한 재정 지출로 국가 부도만 9번을 낸 바 있다.

    한편, 민주당은 대정부 질문 마지막 날인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을 통한 지역화폐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여당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라며 지난 6일 예정됐던 양당 정책위의장 회동을 전격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