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반복수급' 외국인 악용 사례 급증 작년 1만2643명이 수급, 이중 75%가 중국인文정부 때 바뀐 정책이 반복수급 부추긴 점도
  • ▲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앞 인력시장으로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 일감을 찾고 있다.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앞 인력시장으로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 일감을 찾고 있다.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한국계 중국인 A씨는 일용직을 나가면서 출근명부에 본인이 아닌 타인의 이름을 올렸다. 실업급여를 받는 중이기 때문에 본인의 이름으로 소득이 잡히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일일 단위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 인력사무소에선 A씨와 같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에서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는 "요즘 조선족 친구들은 어느 인력소가 (편법 고용을) 잘 해주는지 빠삭히 안다"며 "자기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면서 입맛에 맞는 인력소를 다니는 거 같다"고 털어놨다.

    B씨는 "이들 중 상당수는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끝나면 본인 이름으로 일을 하다가 몇 달 뒤 다시 받기 위해 타인의 이름을 출근명부에 올린다"며 "하루 단위로 고용하는 인력소의 생리를 잘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주는 입장이지만, (그들의 편법 고용 요구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근로자 중 단기 취업 후 이직을 되풀이해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 '외국인 실업급여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국내에 취업(F-4, H-2 비자)한 중국 국적 동포가 납부한 고용보험료는 317억4100만원이지만, 이들이 받은 실업급여는 341억7600만원이다. 낸 돈보다 받은 돈이 약 24억원 많은 셈이다.

    지난해 실업급여를 수급받은 외국인 근로자는 1만2643명이다. 이들 중 75%가 한국계 중국인인 조선족(7862명)이거나 중국인(171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동포 등 해외 동포에게 발급하는 F-4 비자는 사실상 체류 기간 제한이 없고, 단기 취업 후 이직하는 것이 자유롭다. 이는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에 비해 실업급여를 받기 용이하다.

    반면 E-9 비자로 국내에 취업하면 정부가 지정한 사업장에서 근속해야 하며 이직도 최대 2회로 제한된다. 이같은 이유로 E-9 비자로 입국한 베트남·필리핀 출신 근로자는 고용보험료 납부액 대비 수령액이 각각 28.7%·33.2%로 중국계에 비하면 한참 낮다.

    ◇ 실업급여 반복 수급 외국인 꾸준히 늘어나… 5년간 3배 증가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수급받는 외국인 근로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2회 이상 실업급여를 수급한 외국인 근로자는 2010명이었다. 2018년 651명에서 △2019년 916명 △2020년 1603명 △2021년 1671명 △2022년 1727명으로 5년간 3배 이상 늘어났다.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에게 들어가는 지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2회 이상 실업급여를 탄 외국인들의 수급액 총액은 117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의 25억원보다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수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실제 서류를 위조해 허위 퇴직사유를 제출해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한 사례가 노동당국에 의해 적발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업급여 정책도 반복 수급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리고, 실업급여 기준액은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의 퇴직 전 3개월간 하루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였다.

    실업급여의 높은 하한액도 문제로 꼽힌다. 최저임금과 연동된 실업급여 하한액은 올해 기준 6만3104원으로 30일 동안 실업급여를 받으면 월 최소 189만3120원을 보장받는다. 4대 보험료 등 세금을 뗀 최저임금 월급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실업급여보다 낮은 급여를 받다가 수급 조건에 충족이되면 일을 그만 두고 평소 받던 급여보다 많은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실업급여 계정은 사실상 고갈 상태다. 외형상 적립금은 3조7000억원 수준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한 7조7000억원 제외 시 사실상 4조원 규모의 적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급 기준, 금액 등 실업급여 제도 전반에서 내·외국인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외국인 노동자도 국내 노동자와 똑같이 고용보험료를 내는데 혜택에 차별을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실업급여 부정 수급을 차단하기 위해 구조적 개혁을 준비 중이다. 고용부는 5년간 3회 이상 반복 수급한 근로자는 실업급여 하루 지급액에서 최대 50% 감액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정 한국외대 교수는 "악의적 반복수급자와 정말 보호가 필요한 사람 간에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반복수급자의 경우 진정성 있는 구직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요건을 강화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급여액을 감액하는 등 방식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