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의결권 팽팽MBK측 공개매수 저지 가처분 집중고려아연, 2.41% 자사주 활용 고심한화·현대차 '백기사'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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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공개매수 경쟁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박빙의 지분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MBK와 최윤범 회장측은 우호의결권 늘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16일 업계에 따르면 MBK 연합은 지난 14일 끝난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 지분율이 기존 33.13%에서 38.47%로 확대됐다. MBK측은 "고려아연(89만원)보다 낮은 가격(83만원)을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자평했지만 최윤범 회장측은 "최소 물량 목표(6.83%)에 미치지 못한 실패한 전략"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양쪽 모두 과반 확보에 미달한 가운데 이제 싸움은 의결권을 지닌 우호지분 늘리기에 닿아있다.
최 회장 측은 현재 오너일가 지분(15.65%)과 현대차·한화·LG 등 우호 지분(18.4%) 등 34.05%를 보유 중이다. 공개매수에서 베인캐피탈이 매수하는 자사주(2.5%)를 합한 지분율은 36.55%다. 고려아연이 매수하는 물량은 의결권이 없는 소각 목적의 자사주로, 지분 구조에 영향이 없다.‘제1라운드’ 공개매수 경쟁에서 MBK 연합이 의결권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향후 주총 표 대결로 이어지게 됐다. 양측의 의결권 지분율 격차는 1.92%p로 박빙이다. 다만 최 회장 측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자사주 비중이 더 커지고, 이때 기존 주주의 의결권 지분율도 더 늘게 돼 최 회장 측이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MBK 연합은 조만간 임시 주총을 소집,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기타 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다. 정관에는 이사 수 제한이 없다. MBK 측이 신규 이사를 12명 이상 선임할 시 이사진 과반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최 회장 측은 임시 주총 개최를 거부하고, MBK 연합의 경영권 인수 부당함과 고려아연의 미래를 위해 현 경영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알리는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다. 현재 고려아연에 우호적인 정치권과 여론을 활용해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확보하는 전략도 취할 전망이다.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8%를 보유,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2년 전 고려아연 주총에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장 고문과 최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올해 3월 주총에서도 고려아연 경영진 편에 섰다.자사주를 활용한 지분 ‘맞교환’도 경영권 방어전략으로 꼽힌다. 고려아연이 현재 보유한 자사주(2.41%)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제3자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과거 KCC는 삼성물산 자사주를 사들이며 ‘백기사’로 나선 바 있다.고려아연의 우군으로 등장한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 물량을 더 늘리는 방법도 거론된다.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 목표 물량을 현재 2.5%에서 더 확대할 경우 우호 지분율이 증가, 향후 표 대결에서 최 회장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다.업계 관계자는 “MBK 측도 최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한화·현대차 등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 회장도 이들 기업으로부터 확실한 지지를 받기 위해 설득에 나서는 한편 베인캐피탈의 공개매수 금액을 늘리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