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의결권 팽팽MBK측 공개매수 저지 가처분 집중고려아연, 2.41% 자사주 활용 고심한화·현대차 '백기사' 여부 관심
  •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데일리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데일리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공개매수 경쟁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박빙의 지분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MBK와 최윤범 회장측은 우호의결권 늘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MBK 연합은 지난 14일 끝난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 지분율이 기존 33.13%에서 38.47%로 확대됐다. MBK측은 "고려아연(89만원)보다 낮은 가격(83만원)을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자평했지만 최윤범 회장측은 "최소 물량 목표(6.83%)에 미치지 못한 실패한 전략"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양쪽 모두 과반 확보에 미달한 가운데 이제 싸움은 의결권을 지닌 우호지분 늘리기에 닿아있다.

    최 회장 측은 현재 오너일가 지분(15.65%)과 현대차·한화·LG 등 우호 지분(18.4%) 등 34.05%를 보유 중이다. 공개매수에서 베인캐피탈이 매수하는 자사주(2.5%)를 합한 지분율은 36.55%다. 고려아연이 매수하는 물량은 의결권이 없는 소각 목적의 자사주로, 지분 구조에 영향이 없다.

    ‘제1라운드’ 공개매수 경쟁에서 MBK 연합이 의결권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향후 주총 표 대결로 이어지게 됐다. 양측의 의결권 지분율 격차는 1.92%p로 박빙이다. 다만 최 회장 측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자사주 비중이 더 커지고, 이때 기존 주주의 의결권 지분율도 더 늘게 돼 최 회장 측이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MBK 연합은 조만간 임시 주총을 소집,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기타 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다. 정관에는 이사 수 제한이 없다. MBK 측이 신규 이사를 12명 이상 선임할 시 이사진 과반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최 회장 측은 임시 주총 개최를 거부하고, MBK 연합의 경영권 인수 부당함과 고려아연의 미래를 위해 현 경영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알리는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다. 현재 고려아연에 우호적인 정치권과 여론을 활용해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확보하는 전략도 취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8%를 보유,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2년 전 고려아연 주총에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장 고문과 최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올해 3월 주총에서도 고려아연 경영진 편에 섰다.

    자사주를 활용한 지분 ‘맞교환’도 경영권 방어전략으로 꼽힌다. 고려아연이 현재 보유한 자사주(2.41%)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제3자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과거 KCC는 삼성물산 자사주를 사들이며 ‘백기사’로 나선 바 있다.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등장한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 물량을 더 늘리는 방법도 거론된다.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 목표 물량을 현재 2.5%에서 더 확대할 경우 우호 지분율이 증가, 향후 표 대결에서 최 회장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MBK 측도 최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한화·현대차 등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 회장도 이들 기업으로부터 확실한 지지를 받기 위해 설득에 나서는 한편 베인캐피탈의 공개매수 금액을 늘리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