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호위함 탈락에 충격쌍방 고소고발 취소 … "정기선-김동관 교감"캐나다 이어 폴란드-필리핀 '함께' 기대KDDX 놓고는 '이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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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쌍방의 고소·고발을 취하하면서 화해 모드를 조성하고 있다. 캐나다, 폴란드 등 조단위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원팀(One-team)’ 전략에 탄력이 붙은 모양새로, ‘K-방산’의 수출 확대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한화오션 관계자들에 대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취하서를 제출했다. 앞서 한화오션이 지난 22일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경찰 고발한 사건을 취소한 데 대한 화답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조선산업 발전과 K-방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취하를 결정했다”며 “우리 조선업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만큼 이 결정이 우리 조선업계가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 K-방산 수출 확대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사 갈등의 불씨는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 사업에서 시작됐다. KDDX는 오는 2030년까지 해군의 6000톤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KDDX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기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맡은 관행에 따라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주장하며 대치했다. 그러던 중 한화오션이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 군사기밀 유출에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고발장을 접수했고, HD현대중공업이 맞고소하며 양측 갈등이 격화됐다.

    1년 넘게 이어져 온 양측의 갈등은 이번 고소·고발 취하로 일단락됐다.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비롯해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등 굵직한 사업을 따내기 위해선 승자 독식이 아닌 원팀 체제로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호주 정부가 발주한 10조원 규모 호위함 수주전에서 양측 모두 고배를 마신 점이 교훈이 됐다는 분석이다. 호주 호위함 사업 입찰에서 양사는 우수한 가격 경쟁력에도 기업과 정부가 원팀을 구성해 총력전을 펼친 독일과 일본에 밀려 탈락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이번 화해를 계기로 캐나다, 폴란드, 필리핀 잠수함 입찰에 정부와 함께 원팀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캐나다 정부는 3000톤급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구매할 예정이다. 잠수함 프로젝트 예산은 70조원, 건조 금액은 20조원에 달한다.

    폴란드는 해군이 운용할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오르카'(ORKA)’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규모는 3조원대로 역시 대형 프로젝트다. 필리핀도 2조원 규모의 중형급 잠수함 2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K-방산 수출 확대 기대감과 별개로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KDDX의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견해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상대로 KDDX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인 방산업체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산업부가 현장 실사를 거쳐 방산업체를 지정하면, 방위사업청이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방사청은 KDDX 사업자 선정을 연내 정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실사 등 방산업체 지정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 사업자 선정 역시 해를 넘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