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벼랑 끝 파업 전술57년 만의 파업 채비… 내주 출정식최악 불황… 공장폐쇄, 화재까지 뒤숭숭보다 못한 협력사, 시민단체들 "사회적 책무도 고려해달라"
  • ▲ 포스코 노사 대화 촉구 현수막. ⓒ연합뉴스
    ▲ 포스코 노사 대화 촉구 현수막. ⓒ연합뉴스
    포스코 노동조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업권을 확보하며 ‘벼랑 끝 전술’을 이어가고 있다. 철강업 불황에 따라 구조조정에 돌입한 포스코는 최근 잇단 화재 사고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 노조가 파업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대표 교섭노조인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포스코노동조합 쟁의대책위는 다음 달 2일과 3일 각각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파업 출정식을 연다. 이를 통해 조합원 의지를 모으고 회사 측과의 교섭 추진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포스코 노사는 지난 6일까지 11차에 걸쳐 교섭회의를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8.3% 인상 및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요구 중이다. 사측은 기본급 8만원 인상 및 일시금 600만원 지금 등을 제시하며 대치 중이다.

    1968년 포스코 창사 이래 56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이 실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해에도 사측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막판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파업까지 가진 않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잠정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인원 상당수가 노조를 탈퇴한 데다, 현재 파업을 주도하는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82%의 압도적인 지지로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미국발 관세 폭탄 우려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지난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이달 19일 45년 넘게 가동해온 1선재공장을 전격 폐쇄 조치했다. 중국 내 유일하게 보유한 제철소 ‘장자강포항불수강’도 매물로 내놨다.

    포스코는 국내 건설경기 악화와 중국산 철강과 일본산 철강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으며 역성장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9조4790억원, 영업이익은 438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 39.8% 감소했다. 1~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32% 줄었다.

    포스코의 저수익 사업 및 비핵심 자산에 대한 구조조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38개 해외법인 중 현재 적자를 기록 중인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등 13곳의 부진사업장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비효율 자산 축소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개선하고 효율화를 이루기 위해서다.

    회사의 구조조정 노력과 별개로 2주 간격으로 연달아 사고가 발생해 악재가 겹쳤다.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에서는 이달 10일과 24일 연이어 폭발·화재 사고가 났다. 앞선 사고 여파를 채 수습하지 못한 상태서 다시 2차 사고가 발생하며 안전 불감증 문제가 지적됐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이에 현장을 찾아 안전상태를 살피고, 사내외 최고 수준의 안전, 설비·정비 전문가들로 구성된 ‘설비강건화TFT’를 발족하도록 지시했다. 회사 위기 상황을 고려해 포스코홀딩스 임원의 근무일은 격주 4일제에서 주 5일제로 전환했다.

    사상 최악의 위기에서 포스코 노조가 쟁의행위를 본격화하자 포스코 협력사와 시민단체는 파업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포항제철소 파트너사협회는 “포스코 노조의 쟁의행위는 포스코 생산에 차질을 줄 뿐만 아니라 고객사들마저 떠나게 만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협력사 및 용역사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쟁의행위에 앞서 사회적 책무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행복한포항을만드는사람들을 비롯해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포항시의회 6대 의원모임 등 포항지역 7개 단체도 이날 포항지역 곳곳에 “노사 대화로 해결해 주세요. 포스코가 멈추면 포항경제도 멈춥니다” 등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