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정년 65세 법안 추진… 부작용 방지 위한 임금개편 등 논의정년연장에 노사정 공감, 방식은 이견… '계속고용' 도입 목소리도
  • ▲ '2024년 부산 50+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지난달 17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채용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 '2024년 부산 50+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지난달 17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채용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저출산과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인구절벽이 현실화되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주도의 정년 연장 논의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법안 등이 추진되는 가운데 일률적 정년 연장은 기업 재정 악화와 청년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지난 5일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데 뜻을 모았다. 다만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연공서열형 임금구조 개편', '고용 유연성 담보', '청년 고용 어려움 해소 방안' 등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가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64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64세까지 연금을 납부하려면 현행 정년 제도를 손봐야 하는데 공감대가 한데 모이고 있다. 초고령사회 경제 성장 동력 확보와 노인 빈곤 해소 등을 위해 고령자 고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 뜻을 같이한다. 그러나 그 방법에서 노사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정년을 65세까지 임금 삭감이 없는 법정 정년 연장을 원한다. 그러나 경영계에선 기업 부담과 세대 갈등 등을 이유로 계속고용 방식을 지지한다. 계속고용은 일반적으로 임금 삭감이 수반되기 때문에 경영자 측의 부담이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 기업 10곳 중 7곳 연공급제 부담… 정부, 계속고용 도입 방안 수립 중

    기업 10곳 중 7곳은 정년이 연장될 경우 연공·호봉급제 등의 이유로 경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 중 67.8%가 정년 연장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연공급 인건비 증가(26.0%), 조직 내 인사 적체(23.2%), 청년 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 생산성 저하(16.6%) 등을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본부장은 "정년을 추가로 연장할 경우 인건비가 많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지양하고, 고령자 고용기업 혜택 확대, 직무가치·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임금 삭감 없이 정년을 법적으로 65세 이상으로 연장하면 전체 기업이 부담할 추가 비용이 연간 약 15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6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했을 때 이미 부작용을 겪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34세 이하 청년 고용이 16.6% 줄었으며 55~60세 장년층 고용 역시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업이 정년 연장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자 장년 고용까지 줄여버린 것이다.

    대통령실도 지난 5일 고령자 고용을 위한 계속고용제도 도입 방안을 올해 안에 낸다는 목표를 밝혔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연내 결론을 내도록 돕고 이를 토대로 정부가 마련 중인 계속고용 로드맵을 완성해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 "나이 많다고 높은 임금 받아선 안 돼… 유연한 고용문화 이식돼야"

    정년 연장과 관련한 논쟁의 핵심은 호봉제에 기반한 연공급제를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 차이다.

    1970년대 등장해 대기업 임금 체계의 대명사로 불리는 호봉제는 근속 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구조다. 기업 10곳 중 6곳(60.3%)은 연공·호봉급제를 도입하고 있어 정년이 연장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높아지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공급제는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막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연차만 쌓이면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제를 업무의 난이도와 책임에 따라 급여를 주는 '직무급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과감한 혁신이 중요해진 요즘 시대에 보다 유연한 고용문화가 이식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명예교수는 "고령층들은 과거 영광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정부는 이들의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알선할 필요가 있다"며 "늘어난 기대수명과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를 감안한다면 정년 연장은 반드시 필요하나 그것이 청년층의 활동을 가로막는 요인이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